[검찰수사권 박탈] 민주당-검찰, 대충돌
[검찰수사권 박탈] 민주당-검찰, 대충돌
  • 정진우 기자
  • 승인 2022.04.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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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재인대통령의 임기 안에 검수완박 관련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굳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 들어설 경우, 대통령거부권으로 인해 검찰개혁은 사실상 물건너 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 첫 작업으로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손을 댔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7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법사위 소속이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재위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이에 검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검찰청이 나서서 공식 반대의견을 냈고 법무부 감찰국도 '검수완박'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11일에는 전국지검장회의를 열어 '검수완박'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내부의 일선검사들은 친여성향의 선배검사들을 성토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민주당, 검수완박 속도...왜? 

최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 결정이 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결국 '검수완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정치보복'에 공식적으로 나서지않는다 해도, 현재 진행중인 수사가 본 궤도에 오를경우,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공중분해될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짙게 깔려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의원들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해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몰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입법안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이다. 경우에 따라, 문재인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5월10일 이후에는 윤 당선인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거부된 법안은 다시 국회에서 3분의2 찬성을 얻어내야하는 만큼, 남은 1개월이라는 시간안에 매듭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울산선거사건의 피의자이기도 한 황운하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는 이같은 급박한 사정을 엿보게 한다. 황 의원은 편지에서 "검찰 직접수사권 근거 조항 삭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 검찰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적었다. 윤석열 차기정부의 검찰수사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담겨있다. 검찰의 6대범죄수사 대상은 '공직자·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관련 사건이다.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그러자 강성 지지자들은 '의총 5적'명단을 만들어 '문자폭탄'으로 '검수완박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홍서윤 대변인은 이와관련, 검찰조직의 반발에 대해  "검찰이 국회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수사권을 분리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굴지만 본질은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에 손대지 말라는 겁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대통령 시대가 다가왔다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가 우습게 보이느냐"면서 "검찰의 집단행동은 수사권 분리를 재촉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친여성향 수뇌부...후배검사들의 독설 '연산군과 검수완박' 

검찰은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술렁이고 있다. 김오수 검찰종장 등 수뇌부가 '공식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으나, 검찰조직 구성원들이 볼 때는 미온적인 대응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급기야 내부 게시판에는 친여성향의 수뇌부를 질타하는  '성난 목소리'들이 무섭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지난 8일 ‘검수완박’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검찰 지휘부를 향해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너는 왜 느리게 가느냐’라고 비웃을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 버리시는 분들을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검찰 수뇌부의 미온적인 처신에 대해 노골적 표현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지난 8일 이프로스에 ‘연산군과 검수완박’이란 제목으로 직접 글을 올렸다.  노 지검장은 “조선시대에도 사헌부가 폐지된 일이 있어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사헌부는 왕의 언행이나 나랏일에 논쟁하고 비리 관원을 탄핵하던 관청으로, 조선시대 검찰 역할을 하던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노 지검장은 ‘조선 검찰 사헌부 잔혹사’에 나온 연산군 즉위 10년(1504년)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민주당 강성의원들을 연산군에 빗댔다. 그는 “연산군의 애첩인 장녹수가 이웃집을 뺏었다가 사헌부에 적발이 됐는데, 연산군은 ‘사헌부가 민원을 빙자해 개인 간 계약에 간섭했다’며 사헌부 수장을 비롯해 간부들까지 떼로 체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 해 12월 26일 마침내 (연산군은) 사헌부는 물론, 삼사라 불리는 홍문관과 사간원의 지평과 정언을 모조리 없앴다. 폐지한 것”이라고 했다. 노 지검장은 “주권자이신 국민이 잘 지켜보고 있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에 지성이라는 것이 작동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해본다”며 절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