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현상] 이준석신화, 저물고 있다
[강용석 현상] 이준석신화, 저물고 있다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4.08 15:3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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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가 선출됐을 때만해도 여의도 정가는 '30대 당대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 대표는 흩어진 보수의 구심점으로 떠오르며 젊은정치, 새정치의 표상이 됐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않아 이 대표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있고, 아예 정치권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30대 정치인 이준석의 침몰을 주도한 인물은 바로 강용석 변호사다. 50대 초반으로 가로세로연구소장을 맡으며 정치유튜브 방송을 주도하는 신세대 정치인이다. 10여년전 여성혐오발언으로 정치권에서 퇴출됐던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준석 대표의 정적은 바로 정통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강용석 변호사인 셈이다. 

이준석 대표의 위기는 지난해 연말 가로세로연구소가 성상납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경쟁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주류 언론들은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들춰내기는 커녕 아무일 없다는 듯 외면했다. 그러다 최근 가세연이 이준석 대표측의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한데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균열이 심화되면서 이대표를 견고하게 엄호하던 방어벽들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의혹과 증거인멸 시도에 대한 해명 요구가 민주당에서 공식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선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의 일부 친문 의원들도 성추문과 연루되어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이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마치 같은편인 양, 침묵했다. 그러나 '친이재명계'가 당내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6-1 지방선거과정에서 이준석의 성상납의혹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접대 의혹 관련, '증거 인멸 교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며 "제1야당 대표이자 곧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사람이 성접대도 부족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오 대변인은 "각 정당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도덕성 검증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설하는 5대 부적격 기준에 성 비위를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천을 이끌어 가야할 당대표에게 성 비위 의혹이 따라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8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측근인 김남국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서 답 했으면 좋겠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 대표 최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이 야심한 새벽에 대전까지 한달음에 달려가서 무려 7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을 주고 합의하려고 했겠는가"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캠프의 고위당직자가 중대범죄를 제보받았다는데 제보를 받았는지,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혀라"고 공세를 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논란'을 기름을 부었던 신평 변호사(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준석 성상납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강용석 가로세로연구소장(왼쪽) 

신 변호사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랜 법조 경험을 거친 내 입장에서 전후의 맥락을 볼 때 이 대표가 성접대와 뇌물수수를 한 것이 맞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이어 "젊었을 때의 일시적 실수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뇌물 액수가 너무 크고 성접대의 방식도 고약하다.  젊었을 때 그런 일을 했기에 앞으로도 그에게 공적인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깨끗한 태도를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이제 이 대표는 물러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최소한의 양식에 부합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사실상 정치를 그만두라는 조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준석대표를 향해 공세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이준석 대표의 옹호대인 주류언론(조선 중앙 동아)들은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 이준석대표가 몰락하고 그 과정에서 강용석 변호사가 정치무대의 핵심으로 등장할 경우, 주류언론인 자신들의 헤게모니가 이른바 유튜브방송으로 이동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신들이 주도하는 기존 정치무대의 문법(메인 언론과 여의도 정치권의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싶지않다는 얘기다. 강 변호사는 곧잘 "그들은 올드미디어다. 뉴미디어를 반기지않는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강 변호사의 '정치혁명'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강 변호사가 지난 7일 한국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유튜브생방송을 진행하며 후원회를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7일 오후 2시부터 8일 새벽 1시까지 11시간 동안 생방송을 진행하며 18억원에 달하는 정치후원금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정치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는 강 변호사를 지지하는 팬텀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보기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강용석 현상'이 등장하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의 국민의힘 입당은 좌절됐다. 강 변호사는 무소속으로라도 경기지사 출마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석대표의 신화가 꺼지고 그 자리에 '강용석 신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