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찾아온 물가본색②] 인수위 "공공요금 인상 억제해야" vs 한전·가스공사 "더 이상 적자 안돼"
[임기말 찾아온 물가본색②] 인수위 "공공요금 인상 억제해야" vs 한전·가스공사 "더 이상 적자 안돼"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4.12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내 한 다세대주택 가스계량기 모습 ㅣ 뉴스1
서울시내 한 다세대주택 가스계량기 모습 ㅣ 뉴스1

이달 초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일부 인상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에너지 원료비 폭등으로 관련 공기업들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동결은 좋지 못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일부터 전기 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6.9원 올랐다. 이는 기준연료비 4.9원에 기후환경 요금 2원을 더한 값이다. 4인 가구가 월평균 307kWh를 사용할 경우 전기 요금은 한 달에 약 212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늘어난다. 이번 요금 인상과 별개로 오는 10월 kWh당 4.9원의 기준연료비 인상이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기존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14.65원으로 0.43원(3%) 올랐으며, 음식점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 요금은 0.17원 인상됐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86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4월 인상분에 이어 5월, 7월, 10월 총 3차례에 걸쳐 요금 인상이 추가로 예정돼 있다. 정부와 가스공사가 지난해 말 의결한 '2022 민수용(가정용) 원료비 정산단가 조정안'에 따르면 시기별 정산단가는 5월 1.23원, 7월 1.9원, 10월 2.3원이다.

■ 인수위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 세워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ㅣ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ㅣ 국회사진기자단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 년 만에 4%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진 가운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더해지면서 국민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인수위는 5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4차 전체회의를 열고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 등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일 "(윤 당선인은) 앞으로 대내외적 에너지 수급 불안정 문제, 한국전력 자체가 가진 적자 문제, 그 안에서의 각종 수수료를 포함해 요금 인상을 국민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를 후보 시절부터 고민했다"면서, "전기요금 인상 억제 방안은 인수위 논의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한전·가스공사 "원료비 급등...더 이상 적자 안돼"

한국전력 2021년 연결 기준 실적 ㅣ 한국전력

그러나 원료비가 급등하면서 생산비용 증가 부담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이같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1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 측은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력 판매량은 4.7% 증가한 반면 연료비 조정요금 적용으로 판매단가가 하락해 전기 판매수익은 2.7%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회사 연료비는 4조6136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원 증가했다"면서,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LNG 발전량이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이행 비율이 상향(7→9%)된 결과"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플레이션(원자재 가격상승과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현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의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한전에게 불리한 대외 환경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대선 이후 나타날 전력시장 내 정책 방향은 악화되고 있는 경영 환경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10조원 이상 감소될 자본으로 부채비율은 300% 이상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요금 인상보다 원가 상승률이 더 크다.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위해서는 kWh당 26원 이상을 인상해야 한다"면서, "현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80달러 내외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가스공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스요금은 2020년 7월 평균 13% 가량(주택용 11.2%, 일반용 12.7%, 산업용 15.3%)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돼 왔다. 이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지면서 국제 가스가격이 급등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스공사의 이 같은 미수금은 2019년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도시가스용 판매가격과 도입단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11월부터 도입물량 중 현물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고 현물 가격을 결정하는 천연가스(JKM)도 상승했기 때문에 미수금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격 왜곡에 따른 에너지 과소비 방지 및 천연가스 공급 서비스에 소요되는 적정원가 회수 등을 위해 정산단가뿐 아니라 기준원료비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 정부와 지속 협의하는 등 원료비 연동제 제도 취지에 따라 요금제를 운영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