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의 시대①] '노동의 우버화'...디지털 플랫폼에 주목
[긱 이코노미의 시대①] '노동의 우버화'...디지털 플랫폼에 주목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2.04.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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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NH투자증권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직업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투잡을 넘어 'N잡러'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에 기반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화하면서 비대면 시장도 급격히 성장했다. 이에 온라인을 통해 업무를 중개 또는 거래할 수 있고,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직접 연결시키는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공유경제, 긱 이코노미, 온디맨드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되고 있으나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공통적으로 ICT를 활용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칭, 노동이 필요한 적기에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발간한 리포트 'N잡러의 시대'에 따르면 1990년 초반 빠르게 발전한 ICT와 인터넷의 확산은 많은 경제 분야의 변화를 가져오며 비즈니스의 지역별 한계성을 허물었다. 컴퓨팅 서비스는 모든 비즈니스 분야로 침투했으며 디지털 플랫폼의 탄생과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같은 변화의 과정에서 우버화(Uberization)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고용이 없는 노동 확산이 시작됐다. 각 경제의 프리랜서로 대변되는 대안적 근로 형태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 

각국 정부기관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디지털 플랫폼 노동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노동통계국이 2017년 5월 설문조사에서 Electronically mediated workers(직역하면 전자적으로 중개되는 노동자)를 ‘직업 또는 업무가웹사이트와 휴대폰 앱을 통해 고객과 연결되며 수입을 얻는 것’으로 정의했다. 국내 노동부 산하 일자리위원회도 2020년 7월 플랫폼 노동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서비스(용역) 또는 가상재화 생산 노동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구할 것 ▲디지털 플랫폼이 보수를 중개할 것 ▲일거리가 특정인이 아니라 다수에게 열려있을 것이라고 정의했다.

■ 10년간 5배 성장...늘어나는 '긱 워커'들

자료=NH투자증권

과거 10년간 디지털 플랫폼 수는 약 5배 정도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른바 '긱 워커'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긱 워커란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수행하는 근로자를 일컫는 말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 확산으로 등장한 새로운 근로 형태다. 이같은 긱 이코노미 시장의 성장과 관련 종사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의 국가별 종사자 및 규모는 통일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조사기관별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생산가능인구 대비 10% 수준으로 추산된다. 

마스터카드는 긱 이코노미의 시장 규모가 2018년 2040억달러 수준에서 연평균 17.4% 성장해 2023년 455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긱 이코노미 종사자(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노동자)의 경우 2018년 4300만명에서 2023년 7800만명 수준까지 8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동 기간 프리랜서(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노동자를 포함한)의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며, 카테고리별로는 전문직 프리랜서의 증가율이 +92.6%로 여타 분야의 긱 이코노미 종사자 수 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존 기업들은 앞다퉈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위한 사업 전략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 쿠팡 등 이미 독립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들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같은 성장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밖에도 크몽, 브레이브 모바일(숨고) 등 프리랜서 전문 매칭 기업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급증하는 노동자의 보호, 기업에 대한 규제 마련 등 급격하게 성장한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세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장점은 종사자 입장에서 유연근무 환경 제공을 통해 편리함과 추가적인 소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더 넓은 지역에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고정비의 부담을 낮출 수 있으며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 외부 리소스를 통해 빠르게 대응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플랫폼 노동의 문제점으로 종사자들이 여전히 비표준적인 형태로 고용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 고용 보호 규제와 사회보장 비용으로부터의 회피가 가능하며, 종사자들이 노동조합 등을 결성하기 여의치 않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