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그늘①] 그랩・고젝의 진보, 근로자 권리는 답보?
[공유경제의 그늘①] 그랩・고젝의 진보, 근로자 권리는 답보?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10.1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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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CMP
출처: SCMP

동남아시아 대표 승차공유 플랫폼 그랩(Grab)과 고젝(Go-jek)은 각각 2012년, 2010년 설립된 이래 눈부신 성장을 일궈왔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양사의 손과 발이라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의 권리는 여전히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랩과 고젝의 주축이 된 인도네시아 긱 이코노미 시장은 인니 경제의 최소 70억 달러(한화 약 8조 5,680억 원)를 차지하며, 긱 이코노미 시장에 고용된 근로자는 최소 4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화려한 외면 뒤에는 근로자들의 파업과 근로환경 및 보수에 대한 불만으로 각종 논란이 만연해 있었다. 이는 오랜 시간 양질의 근로 기준에 못 미치는 양사 근로자들의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공정근로 리포트, 인니 9개 긱 이코노미 플랫폼 근로실태 평가 

최근 공정근로(Fairwork) 프로젝트 측은 인도네시아 내 대표 긱 이코노미 플랫폼 중 9곳의 근로 실태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상 플랫폼에는 차량 및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와 배달 서비스, 물류 서비스 기업들이 포함되었다. 

해당 보고서는 전세계 공정근로의 5가지 원칙에 근거하여 각각의 플랫폼 근로자들의 실태를 점수로 평가하였다. 5가지 원칙은 공정 임금, 공정 근로환경, 공정 계약, 공정 관리 및 공정 대표로,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인니 플랫폼 근로자들의 실태는 해당 5개 부문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출처: GrabFood
출처: GrabFood

① 공정 임금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플랫폼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킬로미터당 임금 지불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 포함된 플랫폼 중 단 한 곳도 자사 근로자를 위한 공정 임금을 제공한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못했다. 플랫폼 근로를 통해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번 근로자들의 경우, 통상 근무 시간보다 더 많이 근로했다. 보고서를 통해 인터뷰에 참여한 근로자들 중 약 20%는 보통 주당 100시간 이상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② 공정 근로환경
인도네시아 플랫폼 근로자들은 지속적으로 교통사고, 사기와 코로나19와 관련된 소득감소 등으로 인한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보고서에 조사된 플랫폼 중 3분의 1만이 자사 근로자들의 공정한 근로환경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들은 산재 보험, 건강 보험, 긴급 도움, 코로나19 병가 중 급여 등을 통해 자사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③ 공정 계약
공정 계약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위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으나, 위기 관리와 관련된 조항에서는 대체로 불공정한 내용이 발견되었다.

출처: NikkeiAsianReview
출처: NikkeiAsianReview

④ 공정 관리
공정 관리 부문에서는 9개 플랫폼 중 그랩과 고젝만이 점수를 받았다. 두 기업은 근로자들의 소통을 위한 채널을 열어두었고,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⑤ 공정 대표
인도네시아에는 노동조합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지역 기반이며 비공식적이다. 법적으로나 플랫폼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그들 집단의 문제와 관련하여 합법적인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고 사측과 협상을 시도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현재 근로자들은 파업 등에 참여할 경우 별도의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우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보고서 분석 결과, 현 인도네시아 긱 이코노미 시장은 무엇보다도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끝으로, '공정' 가치의 확보는 전세계 모든 긱 이코노미 시장에 필요한 변화라고 강조하며,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제상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압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