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대통령, 대구 낙향] 5년만의 미소..대국민 메시지
[박근혜 전대통령, 대구 낙향] 5년만의 미소..대국민 메시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3.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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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대국민메시지를 발표하는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대국민메시지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만에 국민앞에 섰다. 5년전 수감당시 남색외투의 그 옷차림에 베이지색 마스크를 끼고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5년가까운 수감생활을 버티고 국민앞에 다시 섰다. 옅은 미소를 띠었다. 박 전대통령은 국민들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칠순의 연세를 감안하면 정정한 모습이었으나 안면의 붇기는 남아있는 듯했다. 박 전대통령은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병치료를 받아왔고, 12월 31일 신년특사로 석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현충원을 들러 박정희 전대통령,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들러 '자식으로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나서는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으로 향했다. 국민의힘 배현진의원은 페이스북에 " 박근혜 전대통령의 집으로가는길. 건강을 다소나마 회복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마중나온 분들께 엷게 미소짓는 장면을 보니 애잔한 마음에 가슴이 짜르르합니다"라고 적었다. 

대구 달성군의 사저 앞에는 5천여명의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운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도착하자마자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 준비한 원고가 없었던데다 발언 직후 '소주병 투하'라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침착하게, 예상보다 긴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전대통령은 무엇보다 지난 5년이 힘든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박 전대통령은 "지난 5년의 시간은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라고 대구 달성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이어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정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좀더 건강을 회복한 뒤, 간접메시지 형식으로 정치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박 전대통령의 사저에 축하난을 보냈다. 윤 당선인은 다음주에 박 전대통령을 방문할 예정이다. 5년전 국정농단 수사팀의 검사가 보수진영의 차기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어, 수감생활을 마친 전직대통령을 마주하는 '엇갈린 인연'의 장면이 드라마처럼 연출될 전망이다.  

다음은 박 전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전문이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 드립니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 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입니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게 됐습니다.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곳 달성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많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구 달성군 관내 명칭들을 보면 이곳 유가, 구지, 다사, 하빈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 뵈니까 지난날 이야기 한 가지 떠올랐습니다

제가 달성군에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얘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갈 만큼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습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이곳에 여러분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