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빗장 푸는 5대銀...이유는
가계대출 빗장 푸는 5대銀...이유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3.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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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대출 축소에 나섰던 은행권이 닫아걸었던 가계대출의 빗장을 풀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다시 늘리고, 전세대출 한도도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NH농협은행은 25일부터 전세대출 운영기준을 변경한다. 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확대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달 25일부터 임대차계약 잔금일 이후 대출 취급, 전세 갱신 시 임차보증금 80% 이내 취급 등 전세대출 조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21일부터 전세대출 제한 규정 3가지를 풀었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10월부터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세대출 조이기를 지속해왔다.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 한도는 전셋값 증액분 이내로만 제한하고, 대출 신청시기도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으로 축소하며, 비대면 채널에서의 실수요자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은행권은 이번 전세대출 규제 완화 외에도 가계대출 전반의 빗장을 풀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이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증가세가 둔화되고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해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1000억원이나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2000억원, 지난 1월 5000억원에 이어 3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며, 은행권 가계대출이 연속 석 달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04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앞으로 빗장 풀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제 폐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완화하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총 대출액 1억원 이상 적용) 연기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분기에 실행된 대출은 한 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 중요하다"며 “은행권에선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반영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을 중심으로 빗장 풀기가 지속되면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는 것이 용이해지지만 금리 인상기가 맞물려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가계대출 금리 평균치는 3.65%로 지난해 11월(3.42%) 대비 0.23%p 상승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