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치킨값, 오른 이유가? "생닭업체들 짬짜미" 
[이슈+] 치킨값, 오른 이유가? "생닭업체들 짬짜미"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2.03.1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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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 신선육 유통과정 ㅣ 자료=공정위

2만원이 넘는 치킨가격. 그 원인이 드러났다. 바로 생닭업체들의 가격인상 담합 때문이다.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은 자그마치 12년간 사실상 시장가격을 조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담합에 가담한 기업은 하림 등 16개 기업으로, 이들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758억23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 중 올품,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는 검찰에 고발당할 처지에 놓였다. 

■어떻게 담합했나...12년간 45차례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약 12년의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수단을 동원해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계 신선육 시장점유율 77%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들이 온 국민이 애용하는 닭고기의 가격상승을 초래하는 담합을 장기간 지속한 사실은 충격을 줬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출고량, 생산량, 생계 구매량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요소(생계 시세, 제비용,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육계 신선육 냉동비축량(출고량) 및 병아리 입식량(생산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 동원 가능한 담합 수단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이들 16개 사업자가 구성 사업자로 가입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모임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를 통해 담합이 주로 이뤄졌다. 

이들은 담합기간 동안 총 60차례에 걸쳐 통분위 등 회합*을 개최하여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ㆍ생산량ㆍ출고량 등을 합의하고, 상호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ㆍ독려하거나, 담합으로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ㆍ평가하기도 했다.

표=공정위

구체적으로 하림,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참프레, 마니커, 체리부로 등 14개사는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3월 8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 16차례에 걸쳐 제비용,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요소를 인상하기로 합의하거나, 할인 하한선 설정, 할인 대상 축소 등을 합의함으로써 상호간의 가격 할인 경쟁도 제한했다.

16개사는 2011년 6월 28일부터 2017년 7월 1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 2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을 냉동비축하는 방법으로 출고량 감축을 합의하거나, 육계 판매가격의 구성요소 중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ㆍ유지시키기 위하여 생계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또한 16개사는 2012년 7월 24일부터 2016년 7월 25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 9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가장 핵심적인 생산 원자재에 해당하는 ‘종란(달걀)ㆍ병아리’를 폐기ㆍ감축하는 방법으로 육계 신선육 생산량 감축을 합의하기도 했다.

통분위 회의 자료에는 이들이 복날 성수기 동안 생계 시세를 올리려고 외부 구매·냉동 비축을 합의하고, 담합을 통해 생계 시세가 1㎏당 300원 올라 사업자들이 총 136억원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 사실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은 심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출고량·생산량 조절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점이 없고, 정부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없다고 판단했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조홍선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기간이 길고 관련 매출액이 12조원이라서 과징금이 많은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2% 정도로 다른 사건보다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2006년에도 하림 등 15개 사업자들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6억6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담합은 과거 사건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또 진행됐다.

조 국장은 "시정 조치에도 재차 발생한 담합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 식품·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생계 위협형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에 가담한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에 대해서도 별도로 심의 후 제재할 계획이다.

육계협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및 농식품부 등 유관 부처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며 "이로 인해 사업자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사인 13개 사업자의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0.3%이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4개 상장사는 약 0.0002%로 부당이득이 없었다"며 "사업자가 10년 동안 거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놔도 공정위가 처분한 과징금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는 축산물을 포함한 농산물이 자연재해와 가축 질병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빈번하고, 보존성이 낮은 생물이라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산업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수급조절 내용에 대해 농업 관련 전문지 등에 수시로 보도되는 등 공개적으로 시행했음에도 마치 밀실에서 은밀하게 담합을 추진한 부도덕한 사업자들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육계협회는 "추가 진행이 예정된 협회에 대한 공정위의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재차 소명할 계획"이라며 "차제에 축산물의 특성에 맞는 수급 조절 제도를 법제화하는 데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얼마나 올랐나..."치킨값 2만원 시대"

앞서 주요 치킨 업체들은 원부자재 비용 증가를 이유로 주요 메뉴의 가격을 상승하는 결정을 내렸다. 비로소 '치킨값 2만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1월 주요 제품 권장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 따라 교촌오리지날과 허니오리지날이 1만 5000원에서 1만 6000원, 교촌윙과 교촌콤보가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 레드윙·레드콤보·허니콤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어 bhc치킨도 지난해 12월 주요 제품 권장 소비자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이에 bhc치킨 대표 메뉴 뿌링클·골드킹 가격은 1000원 오른다. '해바라기 후라이드'는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2000원 상향 조정됐다.

BBQ는 신년사를 통해 윤홍근 회장이 직접 "가격인상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으나, 2만원이 넘는 신메뉴를 내놓아 사실상 2만원 치킨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이러한 가격 인상의 원인이 100% 생닭업체들의 가격담합 때문이라고 할 순 없겠으나 전체적인 비용 상승을 초래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데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거액의 과징금 부과 및 고발 조치 등 엄중 제재를 통해 향후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코로나 시국에 식품ㆍ생필품 등 국민생활 밀접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생계 위협형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특히,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재차 발생한 담합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도 높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