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②]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러시아 디폴트②]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3.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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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과 미국 달러 지폐 ㅣ 뉴스1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일이기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정도의 파급 효과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신흥국 투자 선호도가 낮아짐에 따른 자금 이탈로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100여 년 만의 첫 국가부도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제재 행위에 가담한 국가에게는 채권을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S&P는 채권자 동의없이 루블화로 지급하거나, 동의하더라도 기존 외화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일 경우 디폴트로 간주한다.

러시아는 당장 이날 채권에 대한 이자로 1억1700만 달러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한 달 간 유예기간을 거쳐 4월 15일 디폴트 선언이 공식화될 예정이다.

■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초 러시아 국책은행 대상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이 결정될 당시부터 국채 디폴트가 높은 확률로 예견됐다는 이유에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시장은 러시아 디폴트가 가시화되더라도 상당 기간에 걸쳐 재료의 선반영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추가로 충격이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SWIFT 배제 직후부터 디폴트에 대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점도 제한적 파장을 전망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다만 디폴트 자체보다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의 확산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흥국 전반의 신용 리스크가 확산하면 대외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승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본격적인 긴축 전환으로 자금 이탈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더 취약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리 상승 가운데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며 가산금리까지 오르게 될 경우 신흥국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팬데믹 이후 재정적자 확대, 물가상승 영향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여력은 크게 위축돼있다"면서, "시기적으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변화와 맞물려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2014년 크림 반도 사태 이후 꾸준히 줄어든 만큼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해당 채권을 보유한 펀드나 투자자들의 경우 추후 손실 처리 과정에서 회계·법적 비용 부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중후반 멕시코 데킬라 위기, 태국과 한국의 외환위기는 당시 연준의 금리인상 영향이 있어 현재와 유사한 상황이었다. 2013년 테이퍼탠트럼으로 어려움을 겪은 인도, 남아공 등 '취약 5개국(Fragile5)' 등 신흥국들은 외환보유고를 확충해 이번 연준의 팬데믹 이후 첫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예전보다 대비가 된 것으로 추정했다"면서, "그러나 신흥국 중 중국 다음으로 외환보유고 상위권인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달러가 부족함이 알려지며 신흥국 채권시장 전반으로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달러 선호 현상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안전자산, 안전통화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이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3원 오른 1242.3원을 기록해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240원을 상회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25일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외 여건들은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재료들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단기적으로 환율은 125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다만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상승세는 둔화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될 수 있고, 올해 정책 기조 전환을 시사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 변화를 외환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