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①] 러시아, 결국 손들었다
[러시아 디폴트①] 러시아, 결국 손들었다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3.16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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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ㅣ로이터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ㅣ로이터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영향으로 100여년 만의 첫 국가부도를 선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러시아, 국채 이자 루블화 상환은 즉 디폴트 선언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ㅣ뉴스1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ㅣ뉴스1

러시아가 갚아야 할 외화 표시 국채 이자 상환일이 도래한 가운데 이날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이날까지 1억1700만달러의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에 이어 21일에는 6563만달러, 28일 1억200만달러, 31일 4억4653만달러, 다음달 4일 원금 20억달러 이자 1억2900만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해당 국채에 30일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16일을 넘긴다고 해서 바로 디폴트가 선언되진 않는다. 만기일 이후 30일간 채권자와 러시아 정부가 채무재조정 등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6400억달러(약 770조원) 규모의 외환보유고 중 4000억달러가 미국과 영국 등의 은행에 보관돼 있지만 현재 서방 제재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통 채권자들은 일부라도 회수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디폴트가 공식적으로 선언되는 것을 매우 꺼린다”고 전했다. 유예기간 30일 동안 협상이 원만히 흘러가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러시아 쪽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와 관련해 지급 명령을 내렸고 해당 이자를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4일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외환보유액의 절반인 3150억달러가 동결됐다”며 “서방이 경제 제재라는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디폴트를 유도하고 있다. ‘인위적인 디폴트’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자금 동결을 서방 측으로 책임 전가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제재가 풀릴 때까지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의 채권자들에게는 루블화로 갚겠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합의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JP모건도 “이자 전액을 달러로 갚는 것이 러시아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앞서 러시아 재무부는 이미 이자를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하겠다고 밝힌만큼 사실상 디폴트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 러시아 디폴트, 국제경제와 국내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점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러시아 디폴트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며 "전세계 은행의 러시아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1200억달러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전무이사도 “서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이미 러시아 노출을 줄여왔기 때문에 디폴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디폴트가 국내 경제에는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급 효과로 한국 경제에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경제 제재 심화와 러시아 디폴트로 금융 부문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충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