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Ukraine 下] 러시아 경제, 무너지고 있다
[Pray for Ukraine 下] 러시아 경제, 무너지고 있다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3.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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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환전소 앞ㅣAFP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환전소 앞ㅣAFP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면서 디폴트 위기와 더불어 물가 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점점 늘고 있다.

■ 美 기업들 '탈러시아 선언'

러시아 증권거래소가 지난달 28일부터 거래가 중지된 상태에서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탈러시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코카콜라, 펩시콜라, 스타벅스 등 미국 기업들이 침공 2주 만인 8일(현지시간) 일제히 철수 방침을 밝혔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 내 850개 점포에서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맥도날드는 상황을 계속 평가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당분간 러시아 내 6만2000명 종업원들에게 급여는 지급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도 러시아에서 모든 영업활동을 중단한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이유없고 부당하며 끔찍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러시아 사업에 대한 로열티를 우크라이나 구호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도 러시아 보이콧에 동참한다. 코카콜라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 여파로 고생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피자헛과 KFC, 타코벨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얌 브랜즈는 핵심 시장인 러시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포했다.

이외에도 세계 여러 국가들이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접고 있다. 

이탈리아 페라리도 러시아에 더이상 차량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프랑스 로레알도 러시아 내 모든 영업 활동과 투자 행위를 잠정 중단하고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도 러시아 방송사와 계약 중단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일본 소니는 러시아에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CNBC방송은 "소니가 러시아 내 콘솔게임 시장의 1위 업체이기에 이번 행보는 러시아와 관계 단절에 나선 기업들이 취한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러시아 내 투자를 중단하고 담배 제조업체 필립 모리스는 생산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회사 3M도 러시아 내 모든 사업을 중단했다.

■ 물가 급등...최악의 인플레이션 직면

미국 달러 지폐와 러시아 루블 지폐ㅣ로이터
미국 달러 지폐와 러시아 루블 지폐ㅣ로이터

세계 경제와의 단절로 인한 러시아의 물가 급등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연방통계청(로스스타트)에 따르면 2월 26일∼3월 4일 일주일 사이 러시아의 물가 상승률은 2.2%에 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주간 기준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은 10.4%였다.

품목별로는 러시아 국산차가 일주일 새 17% 이상 올랐고, 수입차와 TV는 각각 15%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스마트폰 가격은 10% 가까이 상승했다. 토마토·바나나 등 과일은 7%대, 종합비타민 등 의약품은 5%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러시아 물가가 치솟은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로 고립됐기 때문이다. 산업 전반에서 러시아와의 수출·수입을 제한하는 금수 조치가 시행됨과 동시에 공급은 부족하고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 물가 상승률이 올해 안에 20%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그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물가는 2001년 이후 20%대까지 상승한 적은 없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40% 가까이 급락해 9일(현지시간) 자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0루블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집계 기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역외 시장에서 역시 루블화가 약세를 보였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129루블, 역외 전자중개시스템(EBS) 플랫폼에선 달러당 138루블로 집계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0%로 긴급 인상하고 금융시장을 안정 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러시아 자산은 급매도에 시달리고 루블화 가치 하락은 여전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