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윤석열 당선] 늦깎이 검사의 '역전 드라마'
[20대 대선, 윤석열 당선] 늦깎이 검사의 '역전 드라마'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2.03.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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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에게 전하는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ㅣ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대권 승리를 거머쥔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이 탄생했다. 검사에서 검찰총장으로, 0선 정치신인에서 대통령으로,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을 이룬 윤 당선인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평범한 엘리트 검사였던 윤석열 당선인은 10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 발탁,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강골 검사'로 주목을 받았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정부의 대척점에 서다 검찰총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대선판에 직행한 그는  정치 초년생임에도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여야의 거물 정치인들을 잇따라 꺾고 당당히 제1야당의 대권 주자가 됐다. 이어진 본선에서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공략, 드디어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 법조인생 26년, 사시 9수생에서 서늘한 '칼잡이'가 되기까지

윤 당선인은 1960년 12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성자 씨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난 윤 당선인은 서울 대광초·충암중·충암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법대에 79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학창 시절 교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외가인 강원도 강릉으로 석 달간 피신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그는 사법고시 2차에 번번이 낙방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1994년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하고 몸담은 검찰 조직에서 26년간 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하다 1년 만에 검찰로 복귀했다. 복귀 후 그는 권력 중심부를 수사하는 대형 사건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대형 사건 수사마다 차출됐으며,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윤 당선인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조명을 받았다. 그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칼을 겨눴다가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고 이후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 4년여간 한직을 떠돌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공정'의 이미지를 새겼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탄핵 정부에 대한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하고 '적폐 청산'의 중심에 서게 했다.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 했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수감시켰다.

2019년 7월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전임 총장에서 다섯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윤 당선인을 두고 '조국 사태'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는 검찰총장이 된 후 살아있는 권력에 칼끝을 겨눴다. 조국 전 법무부 관 딸의 입시비리,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등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불화도 크게 이슈가 됐다. 당시 추 장관은 사실상 윤 당선인을 겨냥한 검찰 인사를 단행하는 등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추 전 장관의 감찰과 직무정지 징계 결정에 반발한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임기를 넉 달 여 남기고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헌정사상 첫 '0선' 대통령의 탄생...통합정치 과제로

지난 9일 치뤄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10일 오전 6시쯤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투표수 24만7077표 격차로 이긴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실에 도착해 이준석 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및 지도부와 당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ㅣ 사진=국민의힘
지난 9일 치뤄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10일 오전 6시쯤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투표수 24만7077표 격차로 이긴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실에 도착해 이준석 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및 지도부와 당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ㅣ 사진=국민의힘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윤 당선인은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이어 '6·29 선언'을 통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당내 경선 초창기 아직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던 그의 화법은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고, '윤석열 X파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폭적인 당내 지지를 통해 경선 과정에서 노련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제1야당 대선후보로 당선됐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로 이준석 대표와 불화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이슈가 불거지며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 사태를 봉합하고 원팀을 선언하기도 했다.

본선에서는 자신과 가족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정치신인답지 않은 돌파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한 선대위를 해산하고 새롭게 선대본부를 꾸린 그는 이대남(20대 남성)과 호남을 공략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대선 투표일 직전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이끌어내며 20대 대통령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드디어 지난 9일 초박빙의 접전 끝에 그는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 신인의 인생역전 드라마가 새로 쓰인 것이다.

윤 당선인은 10일 당선 인사를 통해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며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하여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자신했으나, 투표 결과 역대 최소의 근소한 차이로 얻은 승리라는 점, 또한 180석을 점유한 거대 야당과의 국정운영은 그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윤 당선인이 당선 인사를 통해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치할 것을 약속한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서 어떻게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 정치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