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Ukraine 上] 러시아, 파산으로 치닫나
[Pray for Ukraine 上] 러시아, 파산으로 치닫나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3.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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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ㅣ로이터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ㅣ로이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여기에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도 앞다퉈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있다.

"러시아 16일 디폴트 위기 맞을 것"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다음 국채 만기일인 16일 외화 표시 국채를 갚을 여력이 없는 만큼 첫 디폴트 우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외 신인도 하락과 서방 경제 제재로 루블화 가치는 개전 이후 무려 70% 폭락했다. 6400억달러(약 770조원) 규모의 외환보유고 중 4000억달러는 미국과 영국 등의 은행에 보관돼 있어 현재 제재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은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국제 시장에 갚아야 할 외화 표시 국채다. 러시아가 갚아야할 외화 표시 국채는 390억달러(약 47조8101억원) 수준으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약 6430억달러)에 비해 적지만 은행에 예치된 자산이 동결된 만큼 수중에 현금이 없다. 이 중 이달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가 7억달러 규모다. 미 경제지 포천은 러시아가 이달 16일에 2건의 외화 표시 국채와 관련해 1억1700만달러의 이자를 내야 하며 계약상 루블로는 지급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해당 국채에 30일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당장 러시아가 16일에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는 15일까지 상환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투자사 윌리엄 블레어의 마르셀로 아살린 신흥시장 채권대표는 "우리는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디폴트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보증료율은 5년물 기준으로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엔 9% 수준이었지만 지난 2일 21%까지 치솟은 만큼 디폴트 가능성이 커졌다.

JP모건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의 러시아 정부 기관 제재, 서방 제재로 인한 지불 시스템의 혼란은 러시아가 해외에서 채권을 상환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달러가 바닥난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신용등급 'Ca'...디폴트 직전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인 'B3'에서 'Ca'로 4단계 하향했다. 무디스는 지난 3일에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Baa3’에서 ‘B3’로 6단계 낮춘 바 있다. 당시 무디스는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국가 부채상환에 차질이 발생할 리스크가 커졌다”고 부연했다. 이날 추가로 하향된 Ca등급은 총 21단계인 무디스 신용등급 가운데 20번째로, '투자 부적격 등급' 중에서도 디폴트 단계인 'C'의 바로 직전 단계다.

무디스는 “러시아에 디폴트 위험이 증가했다”며“이번 강등은 러시아의 채무 변제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a 등급 수준에서 회복 기대치는 35~65%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 외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앞다퉈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바로 다음 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약 일주일 만에 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하향 조정하면서 8단계를 추가로 낮췄다. S&P는 “러시아 정부의 자본 통제 등 디폴트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하는 조치가 발표된 데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1일부터 해외 은행 계좌로의 자금 이체와 대외 부채 상환을 금지한 상태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역시 지난 3일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BB에서 6단계 아래인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