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인사이드] "러시아 신용등급 강등...일부 유럽권 은행 손실 불가피"
[키이우 인사이드] "러시아 신용등급 강등...일부 유럽권 은행 손실 불가피"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3.0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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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불똥이 튀고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부도에 근접한 수준으로 강등한 가운데 러시아 국채와 대형은행 등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은행들의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바탕으로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4일 DB금융투자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각각 Baa3에서 B3, BBB에서 B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한 바 있으며 이달 4일에는 CCC-로 한번 더 등급을 낮췄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례 없는 수준의 강등 폭은 그만큼 지정학적 위기와 국제적인 제재조치가 러시아의 채무상환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신평 3사 모두 러시아가 재정건전성이 우수하고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나 강력한 국제적 제재조치로 유동성 대응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 계좌를 동결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이 60% 이상이며 신규 발행된 러시아 국채거래 금지 조치로 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사실상 봉쇄돼 외화부채 차환 부담도 급격히 상승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는 외화자산을 역외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유 연구원은 "자본통제가 기존 채무 상환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외화 거래를 제한하는 러시아 정부의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경우 러시아 스스로 외화채무 상환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신평 3사는 러시아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면서 추가적인 등급하락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이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인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유 연구원은 "러시아는 국가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수준으로 전세계적으로 부채규모가 낮은 나라이고 은행산업도 국가가 주도하고 있어 은행부채 규모도 크지 않다"면서, "또한 2014년 크림반도 점령 이후 서방의 제재국면 이후 폐쇄적인 자본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조달 비중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국채와 대형은행 등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이 불가피하고 러시아 익스포져가 큰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은행들 중심으로 대규모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러시아가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결도가 높지 않고 글로벌 은행들의 우수한 자본적정성 수준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적인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