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산업의 큰 별이 지다...'넥슨 신화' 주인공 김정주 
K-게임 산업의 큰 별이 지다...'넥슨 신화' 주인공 김정주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2.03.0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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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저녁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의 갑작스런 비보에 게임업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넥슨에 따르면 김정주 이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진 바 없으나, 최근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의 디즈니' 꿈꿨던 1세대 벤처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
故김정주 넥슨 창업자

그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학사)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이후 1995년 12월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 선보였다. 온라인 게임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사냥하고 물건을 거래한다는 것은 당시 국내 게임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출시한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한국 PC온라인 게임시장의 개척자로 넥슨의 이름을 알렸다. 게임을 중독 질병이라 여기는 등 불모지나 다름 없던 한국이 온라인 게임의 성지로 우뚝 서기까지 한국 게임산업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역삼동 작은 원룸에서 시작한 넥슨은 그렇게 현재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넥슨은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3대 대형 게임사를 일컫는 일명 '3N'으로 불린다. 

그는 게임 개발 외에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도 남다른 능력을 보여줬다. 네이버에 초기 투자해 큰 수익을 보기도 했으며, 인수한 게임 개발사에서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사업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모빌리티기업, 의류업체, 유모차 제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왔다.

또한 지난 2005년경 넥슨코리아를 분리하고 넥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는 지주회사이자 모기업인 NXC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15년을 활동했다. 지난 2021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꿈은 오래전부터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 같은 회사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9년 회사 매각이 무산된 뒤 그는 넥슨의 지식재산권(IP) 확장에 집중했다. 디즈니처럼 사랑받는 IP 비즈니스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그는 생전에 “저와 제 가족이 보유한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다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세대 벤쳐인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의 비보에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 벤처 도전의 신화이자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세계적 산업으로 키워온 선구자"라며 "갑작스러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를 표했다. 

벤처기업협회는 "김 회장은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국내 인터넷벤처산업을 이끈 선구자이자 진정한 벤처기업인이었다"며 " 대한민국 인터넷벤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김 회장의 도전과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