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이나 전운]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증시 영향은?
[러, 우크라이나 전운]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증시 영향은?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2.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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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반군과 대치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의 노보루한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보병 전투 차량 옆에 서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증시의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사태의 전개를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부분 단기에 반영됐으며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탈과 그에 따른 변수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잡음 장기화...증시 영향은 제한적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역에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는 소식이 들린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내 국지전이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물밑 협상이 전개될 것이란 점에서 증시의 극단적인 변동성 확대는 없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전쟁 이슈가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스피도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존 전망대로 상반기 중 횡보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수보다는 업종과 종목 중심의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가 주식시장 영향의 장기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미국은 우크라이나 파병에는 선을 그은 상태였고, 유럽도 원유에 대한 제재는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돈바스 지역 침공은 '서방에서 생각하는 침공'은 아니라는 식의 언급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장악이라는 시나리오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력한 긴축이 겹칠 경우 2018년 미·중 무역 분쟁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는 당시 재선을 염두에 두고 증시를 최악으로 끌고가는 전략을 썼다. 이후 증시가 급등하고 트럼프의 경제적 치적이 부각돼 정치적 노림수가 나쁘지 않았다"며, "정치적 수세에 몰린 바이든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와 같은 전략을 꿈꿀 지 모르겠으나, 그렇다 해도 향후 1~2개월 안에 불확실성의 정점은 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에 시달려온 글로벌 및 국내 금융시장에 우크라이나 이슈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되고 완화되는 것이 현재 금융시장의 등락을 결정짓는 핵심변수로 볼 순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증시 변동성에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할 뿐, 이 사태가 해결된다고 해서 글로벌 금융시장,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추세 반전을 하고 상승 추세를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아직은 긴축, 경기불안으로 인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2차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은 초기 반응 이후 제한될 전망"이라며, "통화정책 대응이 가동될 가능성이 낮고 러시아가 조용한 전쟁으로 초기 상황을 주도하려고 의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위기 발발 시 흔히 목격되는 '금융시장 충격-정책대응-위험자산 급반등'의 패턴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향후 사태의 전개 양상과 인플레이션 영향 등에 대한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투자 전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문제를 포함, 국내외 다양한 이슈들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단기적'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방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달러인덱스,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에너지 및 국제식품가격 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및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일시적으로 방위산업 업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으며, 지수 변동성이 커진다면 월가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투자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하계 올림픽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여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2월 물가 지표 등 확인해야 할 허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상황지수는 여전히 안정적이고 극단적 상상에 의한 스트레스에는 내성이 생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월에 진입하면서 실적에 대한 관심과 확실한 실적 증가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수출 및 환율 상황을 감안할 때 경기민감 수출주에 대한 실적은 견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직 실적은 없지만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도 더욱 가시화될 것이고 코로나19 상황, 병목 현상 등 이슈들을 확인하다 보면 지수는 저점을 계속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도한 공포심리로 동반 하락한 실적주, 즉 경기민감주는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내부에 불안심리가 잔존해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면서, "또한 약세 국면에서 시장 민감도가 낮고 실적 전망이 양호한 반도체, 운송, 유통, 음식료 등으로 매수 기세가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