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코 본사 서울이전 논란
[기자수첩] 포스코 본사 서울이전 논란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2.02.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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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출범하는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포항시가 포스코의 결정을 번복하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포항 표심을 노리고 끼어들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저평가 받고 있는 그룹 및 계열사들의 재평가와, 미래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다.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 우수 인력과 증권사들이 밀집해있는 서울에 본사를 두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포항시는 지주사가 서울에 설립되면서 인력 유출과 투자 축소, 세수 감소 등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북에 위치한 시장 및 군수들이 직접 나서 서울 설립 반대를 표명했고, 포항시민들은 최정우 회장의 퇴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감정적인 싸움으로 커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생긴다. 포스코는 지주사의 설립만 서울에 할 뿐, 사업회사 포스코를 포항시에 그대로 유지하고 향후 투자도 지역을 우선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으로 포항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항시에서 빠져나가는 인력 규모가 약 200여명에 불과하고, 세수 측면에서도 포항시는 손해볼 것이 없다. 포스코가 현재와, 미래의 이익 모두를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포항 시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의 상징성을 논할 때 '포항'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포스코의 컨트롤 타워가 포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충분히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주회사가 포항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클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부분에 의존해 포스코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도 비춰질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포항시가 향후 포스코가 성장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독식하기 위해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와서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설립이 2주 앞으로 다가왔고, 이를 뒤엎으려면 정관 변경, 주주총회 등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반대한다면 지금보다 일찍 나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갈등은 포스코와 포항시가 자체적으로 의견 조율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포항시가 포스코를 믿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포스코와 포항시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를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불쏘시개를 투입하며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