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분석] 증권사, 사상 최대실적 달성...올해 전망은 '글쎄'
[실적분석] 증권사, 사상 최대실적 달성...올해 전망은 '글쎄'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2.1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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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한 가운데 기업공개(IPO) 활황, 기업금융(IB), 리테일 등 각 부문의 고른 성장이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는 불확실한 국내외 시장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와 같은 호실적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제치고 지난해 당기순익 1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한 증권하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474억원으로 전년대비 104.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9.4% 증가한 1조2889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7조1510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3373억원 늘었으며, 연결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3%로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브로커리지, IB 등의 견조한 실적과 함께 카카오뱅크 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 포함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187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영업이익(1조4858억원) 기준 증권업계 최초로 2년 연속 1조원 돌파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진 국내외 시장환경 속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다변화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총 3622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약속한 주주환원 성향 30% 이상 유지 정책을 넘는 금액이다.

삼성증권은 당기순이익 965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3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대비 90.19% 증가한 규모다. 연결 영업이익은 1조3111억원으로 93% 증가했으며 ROE는 17%를 기록했다. 리테일, IB, 운용 등 각 부문의 고른 성장세에 힘입어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4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금융지주 증권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순익으로 브로커리지와 IB 실적 호조,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인기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7.2% 증가하며 창사 이래 첫 1조원을 돌파했다.

키움증권도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과 리테일 금융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당기순이익 90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75% 오른 4조9150억원, 영업이익은 24.8% 오른 1조2088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사업부문 및 계열사의 고른 실적도 영업이익 상승을 견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B증권 순이익은 전년대비 38.33% 증가한 600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8조54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9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8213억원으로 41.89% 늘었다. KB증권 관계자는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브로커리지 이익 증가세가 이어졌고 IB 부문에서도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인수금융 등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대한항공과 한화솔루션 등 유상증자 22건과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현대중공업 등 13개 기업 IPO를 수행한 점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올해 증권업, 이익 둔화 흐름 전망

지난해 거래대금 폭증, IPO 활황 등으로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한 증권사들이지만 올해는 이익 둔화 흐름이 전망된다. 역대 최고 실적에 대한 부담, 거래대금 감소 등 기저효과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평균 거래대금은 20조8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커버리지 5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의 올해 포워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ROE 전망은 각각 0.53x와 13.1%로 수익성 대비 밸류에이션은 상당히 저평가 구간인 것은 자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IB와 트레이딩 수익 등 증권사의 회계적 투명성이 떨어져 추정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는 거래대금이 유일하다"면서, "주가는 거래대금 추이에 연동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주가의 상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권주는 저평가 구간이나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악화된 투자심리와 유동성 감소로 거래대금 관련 모멘텀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외 딜 및 구조화 금융 등 IB 부문의 성장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한 모멘텀 약화 구간에서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것이 배당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밸류에이션이라는 점에서 증권사의 자본정책 신뢰성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