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선 후보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
[기자수첩] 대선 후보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2.0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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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구미호 '아리' ㅣ 사진=리그 오브 레전드 홈페이지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

라이엇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캐릭터 구미호 '아리'의 대사다.

대선 유력 후보들이 연일 게임 관련 공약을 쏟아내며 말 그대로 '게이머 홀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은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 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를 위해 앞다퉈 청년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은 단연 '게임'이다. 이중 게이머를 겨냥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지난 12일 윤 후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타워1에서 열린 2022LCK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는 앞서 게임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이후 게임 관련 공약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등을 발표했다. 이밖에 e스포츠의 지역연고제 도입과 장애인 유저의 게임 환경 조성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출정식을 진행하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 P2E 게임 등 신기술 육성 등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두고 "최소한 의무적으로 당첨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최근 이슈로 떠오른 P2E(play to earn)게임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며 긍정적인 뜻을 비쳤다. 이 밖에도 게임 개발자의 노동 환경이나 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았다.

같은 유튜브 채널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출연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게임 산업 진흥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업계의 P2E 규제 해소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K-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아 왔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전문가들은 이제 게임이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규제와 진흥이 동반된 정책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반짝 공약은 오히려 산업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말뿐인 공약은 오히려 산업 발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게임이 그동안 질병, 또는 중독의 원인으로 부정적인 평가만 받아왔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던 것을 생각할 때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의 이 같은 행보가 매우 반가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 대선후보의 게임 전문 유튜브 출연만 해도 불과 몇 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테니 말이다.

다만 대선 후보들의 잇단 게임 공약들이 단지 표심잡기를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남게 될까 우려도 된다. 관심은 매우 반가운 일이나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잊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제대로 이행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의 게임 공약들이 게이머들에게 헛된 희망으로만 남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하고 오랜시간 즐겨온 유저 중 1명으로써, 그들이 '우디르급 태세전환' 하지 않길 바래본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