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벌오너의 SNS 
[칼럼] 재벌오너의 SNS 
  • 이규석 국장
  • 승인 2022.01.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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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당수 재벌오너가 개인 SNS를 멀리하는 것과는 달리, 재벌3세인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해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 CEO로 익히 유명하다. 빵이나 생선 등 음식 이미지를 올리거나 신세계-이마트에 대한 고객민원들의 답변도 올리곤했다. 최근에는 셋째딸 사진을 공개해서 눈길을 끌었다. 잠재 고객들과 직접소통한다는 점에서, 재벌답지않은 신선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재계에서도 정부회장의 SNS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SNS가 일상화되어가고 경영진들의 세대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고객과 투자자들과의 접점이 될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회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이 왕성한 SNS 활동을 하고있다. 

다만, SNS활동 반경이 정치권으로 확장되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SNS에 #미안하다 고맙다 #멸공 #공산당이 싫다 #승공통일 #안하무인 중국에 항의못해 등의 해시태그를 달면서 논란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일 SNS에 검찰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인천지방검찰청이 지난해 6월 9일과 11월 8일 각각 한 차례씩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진행 중인 재판 없고, 형의 집행 없고, 별다른 수사 중인 건이 없다면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 통신내역을 털었다는 얘긴데…”라고 반발했다. 

정 부회장의 SNS에 친여인사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참전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7일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8일 조 전장관의 글을 캡처해 공유하며 ‘리스팩’이란 해시태그를 달아 반격했다. 존경이란 의미인 리스펙(respect)아닌, 리스팩으로 응수한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윤석열후보도 하루지나 등장한다. 윤후보가 주말인 8일 이마트에서 장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조국 전 장관이 인스타그램에 정 부회장을 향해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공격한 다음날이었다.  

여여진영 의원들이 가세했다. 8일 김성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정부회장을 겨냥, " 입만 살아서 떠드는 게 참 보기 그렇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기업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그의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치켜세웠다.  

이용호의원의 지적처럼 국내기업들은 여전히 권력의 눈치를 본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고는 하나, 정부회장은 살아있는 권력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수위의 SNS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오너가 서슴없이 권력의 비위를 상하게 할수도 있는 의사표시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열려있고, 민주사회로 성숙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정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이 지배구조개선이나 투명한 경영으로 권력으로부터 꼬투리잡힐 게 없다는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재벌오너의 SNS는 아직 낯선 장면이기에 주목을 받는 측면이 있다. 오너라고 해서 이를 경계하거나 금기시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고객과 주주들, 잠재고객들과의 SNS소통은 미래를 열어가는 또하나의 경영능력이다. 

정용진부회장 SNS 캡처
[정용진부회장 SNS 캡처]

[비즈트리뷴 이규석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