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SK실트론 논란 정면돌파하는 최태원...왜?
[이슈진단] SK실트론 논란 정면돌파하는 최태원...왜?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12.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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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SK실트론 사건과 관련한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ㅣ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실트론 의혹'에 정면돌파하기 위해 직접 정부세종청사를 찾으면서,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기업 총수가 입장을 밝히기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지분 인수의 당사자인 만큼 지분 취득의 정당성을 가장 잘 변론할 수 있는 동시에 지분 취득이 (SK그룹의 사업문제가 아닌) 최 회장 개인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할 심산일 것으로 해석된다.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 제공' 쟁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5일 오전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했다. 최 회장은 오른손에 서류봉투 하나를 쥔 채 청사 안으로 들어와 곧장 4층 심판정으로 향했고,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최 회장이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한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월, SK그룹 지주사인 SK㈜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 주식 3418만1410주(51%)를 6200억원(주당 1만8139원)에 사들이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한다. 이어 4월 채권단과 KTB 사모펀드는 남은 지분 49%에 대해 공개 매각에 나서고, SK는 주요 사안 결정에 필요한 주총 특별결의 요건(지분 3분의 2 이상)을 맞추기 위해 KTB PE의 지분 1314만440주(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 방식으로 인수했다.

총수익스와프(TRS)는 투자자 대신 계약자인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는 정기적으로 이자·수수료 등을 지불한다. 투자자는 목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지분을 매입할 수 있고, 증권사는 고정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 '윈윈전략'으로 불린다.

SK가 이 방식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시기, 최 회장도 동일한 방식으로 실트론 지분 29.4%을 취득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해져 주식 인수가(주당 1만2871원)도 SK가 주당 인수한 가격(1만8139원)보다 30%가량 적었다. 또 SK의 실트론 지분 인수의 경우 이사회에서 의결됐지만, 최 회장의 개인적인 지분 확보는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SK실트론 구미 3공장(본사).
SK실트론 구미 3공장(본사).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같은 해 11월 "최 회장은 SK실트론 인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SK㈜의 이사 겸 그룹 총수로서 인수 관련 정보를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었기에 직무수행 중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면서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29.4% 확보가 '회사 기회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에 대한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현 공정거래법은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동일인(총수) 등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SK실트론 주식은 SK 또는 SK하이닉스가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인데, SK가 매입하지 않고 일부를 최 회장에게 취득하도록 한 것은 회사 기회 유용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트론의 인수 결정 배경과 절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가 최 회장에게 의도적으로 넘겨졌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사유를 찾지 못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측 시각이다.

■SK "위법성 전혀 없었다"...이후 절차는

SK 측은 최태원 회장의 지분 취득은 해외자본에 실트론 지분이 넘어가 주요 주주가 될 경우 발생할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7년 4월 실트론 지분 공개경쟁입찰에는 중국 업체 1곳이 입찰에 참가한 바 있다.

또한 SK는 △SK㈜는 이미 주총 특별결의요건을 갖춘 70.6%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여서 추가 지분 취득이 불필요했다는 점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인수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았고, 실제 얻은 이익 또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해명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에 출석한 최 회장도 이러한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15일) 늦은 오후까지 진행될 예정인 전원회의는 SK 측의 요청으로 오후 심의 일부가 비공개로 진행된다. 전원회의에는 9명의 위원 중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원회의의 과징금·시정명령 등 결정은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나타내는 만큼 SK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힘겨운 법정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며 "더욱이 전원회의가 검찰 고발 조치를 제재에 포함하게 되면 SK㈜와 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어 리스크가 커진다. 최 회장의 이번 출석과 변론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