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근해진 재계 총수들과, 그 속에 담긴 '고민'
[기자수첩] 친근해진 재계 총수들과, 그 속에 담긴 '고민'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12.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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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또 한번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비롯해 인사 혁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등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계 총수들이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총수들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무색할 만큼 수차례 해외 출장에 나서는 한편, SNS를 활용하는 등 세상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총수들의 이런 모습이 의외라면 의외다.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가세하면서 재계 총수 평균연령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국내 5대 그룹 최고참인 최태원 SK 회장이 앞장서 변화를 이끄는 것을 바라보면 반가우면서도 어색함이 공존한다. 분명 이전 회장님들과는 다른 느낌이 난다.

최근 재계는 인사 시즌을 맞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은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사업부 대표를 유임해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이 부회장은 대표 3인을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 카드를 던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변화구에 안정보다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최태원 회장이 인사와 맞물려 SNS를 통해 '다섯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승진자들에게 충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와는 별개로 최 회장의 계정을 방문한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LG 구광모 회장도 2인자 자리에 핵심 인물을 등용하며 내부 굳히기에 나섰다. 또 상대적으로 젊은 인재층을 고루 등용하면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한편, LG에 '구광모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이다.

아직 모든 그룹의 인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총수들이 제대로 작심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 급박하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생존을 위해서는 새롭고,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벗어난 각종 변칙수가 등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적극적이고 친근해진 총수들의 모습에 반가운 것도 잠시, 고심이 가득한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특히, 앞으로 총수들이 다소 과격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우리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뒤따른다. 변화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수들은 지금이 바로 변화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또 그만큼 앞으로의 고민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