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와 왕관의 무게
[기자수첩] 넷플릭스와 왕관의 무게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12.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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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다폰 등 유럽 통신사들까지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이들은 글로벌 CP들이 유럽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현지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지만, 통신망 고도화에 들인 비용은 지불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지자체들의 소송제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같은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관련 공방을 지속해 오고 있는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SKB)에게 더욱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어느 ISP에도 망이용료를 내고 있지 않으며, 한국 ISP에만 차별적인 것은 힘들다"면서 망 중립성 논리를 주장해 온 넷플릭스도 전 세계적 반발이 늘어난다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70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환수 소송을 제기한 SKB는 곧 넷플릭스 항소에 따른 2심의 변론 준비 기일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각국 통신사에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인 OCA(오픈커넥트 얼라이언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효율화로 망 사용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1조원을 투자해 만든 OCA를 통해 네트워크 트래픽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국회를 잇따라 찾았지만,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가필드 부사장의 방한이 해결책까지는 아니어도 합의점을 갖고 왔길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출국하자마자 넷플릭스 변호인단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장기전을 대비한 듯 사내 법무팀 인력 확충에 나섰다. 게다가 월 최대 2500원, 17.2%에 달하는 두 자릿수 요금 인상 계획까지 기습 발표했다. 간담회에서 초대박을 친 한국 콘텐츠 '오징어게임' 의상을 하고 한국과 '깐부'임을 내세웠지만, 모두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왕관을 쓴 자가 막대한 명예와 권력을 가지는 만큼 그에 걸맞은 막중한 책임감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명실상부 글로벌 OTT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라있다. 2020년 총 영업이익만 한화로 5조47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세계적 기업에게는 세계적 흐름에 부응해야 할 책임감도 함께 주어진다. 

아울러 장기간 협력해야 할 각국 파트너와의 신뢰도 요구된다. 넷플릭스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양질의 콘텐츠 투자' 역시 사업영위의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더욱 탄력받을 수 있다. 한국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당한 대가지불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왕좌에 어울리는 책임있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비즈트리뷴 이서련 기자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