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차별금지법…여야 입장은?
'갑론을박' 차별금지법…여야 입장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11.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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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여영국 대표, 장혜원 의원 등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제정·정의당 끝장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마친 후 농성을 하고 있다.ㅣ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여영국 대표, 장혜원 의원 등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제정·정의당 끝장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마친 후 농성을 하고 있다.ㅣ국회사진기자단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시작되면서 여야 각 당의 입장에 눈길이 간다.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동성애 이슈까지 맞물린 사안으로, 시민사회계와 종교계의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민감한 이슈다. 특히 대선정국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야 정치권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이 입법 의지를 부각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대선주자들도 대부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부안으로 발의된 이후 21대 국회까지 여러 법안이 나왔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로, 법안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당은 바로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차별금지법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 25일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토론회가 신호탄이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정책위 차원에서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여야 동수로 특별소위를 만들어 (법안을) 논의하면 어떻겠냐고 야당 간사에 제안했다"며 "상임위에서 여야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인권위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차별을 막기 위한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에 힘을 실은 모양새다. 이와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는 2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20대 때 '혐오표현규제법안'을 냈다가 동성애 옹호자라고 혼쭐이 난 적이 있다"며 "더 공론화가 돼야 국민들이 무엇이 쟁점인지, 또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당장 입법화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왜 통과시키지 않느냐고 비판하는데, 찬반 싸움이 극렬한 상황에서 법을 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앞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에 공을 넘기는 분위기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입장을 안 정한 상태로, 민주당이 논의되면 우리 당도 나중에 의논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우리한테 논의하자는 제안도 안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내에서 이 사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서 당의 입장을 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미루는 듯한 태도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를 제외하고 주요 대선주자들은 신중한 표정이다. 종교계의 거센 반대를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이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전날 서울대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도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결정)이 안돼서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도 "유보적 입장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각 당 입장부터 정리되지 않은 데다 정기국회 종료까지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때, 연내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내용이 특정 집단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 전 논의가 진전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