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5년 만에 미국 출장길...'반도체·백신' 챙긴다
이재용, 5년 만에 미국 출장길...'반도체·백신' 챙긴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11.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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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ㅣ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ㅣ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전자의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확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출소한 이후 첫 출장인데다, 매주 한차례 열리고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재판 출석, 경영 활동에 제약이 없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라는 점 등에서 해외 출장에 적잖은 제약이 있었던 만큼, 이 부회장과 삼성은 이번 출장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적잖은 준비를 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 간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계획 확정은 이 부회장과 삼성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달여 만인 올해 2월24일(현지시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등 4개 핵심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공급망 조사의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취약성이 드러난 핵심 품목에 대한 제조 기반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밑바탕에는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인텔이 올 3월 총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재빠르게 올라탔고, 대만의 TSMC가 올 4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삼성전자는 이렇다할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올 4월에는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고 파운드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와 2위인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 마이크론 등 19개 글로벌 기업에 미국 내 공격적인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린 올해 5월에서야 170억달러를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금액 외에 투자지역이나 일정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해왔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으로 재수감돼 올 8월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출소하기까지 구치소에서 시간을 보냈고, 이 시기 경쟁 기업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 같은 미중 간 반도체 패권 다툼이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게획의 배경이 된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은 15일(미국 현지시간)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시점에 맞춰 출장에 나섰다.

재계는 이런 배경에서 이번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이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글로벌 점유율 1위이지만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고전을 거듭 있는 삼성전자가 대미 투자를 확정하고, 경쟁사에 반격을 시작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2곳, 애리조나 2곳, 뉴욕 1곳 등 최소 5개 지역을 놓고 제2 파운드리 투자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기존 오스틴 파운드리 팹에서 약 40km 거리에 있는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시 일원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전날 김포공항 김포비즈니스 항공센터에서 출국하면서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짓느냐는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보기로 돼 있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만날 파트너들로 공장이 건설될 지역 관계자들은 물론, 굴지의 테크 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인 애플을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 TV 사업에서 협업하기로 한 AMD, 자율주행 반도체 칩을 텍사스 오스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테슬라 등을 이 부회장이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파트너사로 꼽을 수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2017년 11월, 80억달러에 미국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명맥이 끊겼던 대규모 M&A를 이어가기 위한 만남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7월 진행된 2021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년 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인수합병)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M&A를 추진할 때는 회사의 지속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고,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등 포함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판단되는 분야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