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①부동산] 250만호 공급 어떻게?...李·尹 시각차이 극명
[대선공약①부동산] 250만호 공급 어떻게?...李·尹 시각차이 극명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11.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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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ㅣ뉴스1·국회사진취재단

내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레이스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대선 승리의 중요한 열쇠를 '성난 부동산 민심 잡기'로 바라보고, 특별히 부동산 공약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양 측 모두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공공주도를 내세우는 이 후보와 민간주도를 강조하는 윤 후보의 구체적 방안은 시각 차이가 크다. 부동산 시장 규제안도 이 후보는 투기차단·집값안정을 위한 규제에 힘을 주는 입장인 반면, 윤 후보는 시장 친화적인 해결법을 강조하며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주택공급 확대안...李 '기본주택'·공공부문 주도' vs 尹 '원가주택'·민간 활성화

큰 틀에서 두 후보의 시각은 일맥상통한다.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 공급확대가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 두 후보가 제시한 임기 내 신규주택 공급 목표 역시 250만호로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법의 방향은 정반대로 갈린다.

이 후보는 위 주택 250만호 가운데 최소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하겠다고 약속한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들이 건설 원가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역세권 등에 위치한 주택에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뜻한다. 이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품질 공공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 전체 주택의 5% 미만인 장기임대 공공주택의 비율을 1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는 이에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으로 맞섰다. 원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원가로 주택을 분양하고 5년 이상 거주한 이후 국가에 매각함으로써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한 구상으로, 임기 내 3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역세권 첫 집은 무주택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교통 이점이 많은 역세권에 공급하는데, 임기 내 20만호 공급이 목표다. 

윤 후보는 특히 민간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전면 완화해 시장 원리에 기반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위 주택들도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500%로 풀어주고, 이를 통해 확보한 물량의 절반을 기부채납 받아 공급하면 추가비용 없이 수월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공통되게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임기 내 신규주택 250만호 공급을 주장했지만, 이 후보는 공공 주도를 주장하는 반면, 윤 후보는 민간 주도를 강조하고 있다"며 "규제 측면에서도 이 후보는 투기 차단을 위한 규제 강화를, 윤 후보는 거래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등 상이하다"고 평가했다.

■세제 개편·규제 정비...李 강화→투기 근절 vs 尹 완화→거래 확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과 규제 정비에서도 두 후보는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 투기 근절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규제 강화를 강조한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높이고, 투기수요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기존 약 0.17%에서 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 예상되는 조세저항은 국토보유세 전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낮출 계획이다. 

특히 '정책 신뢰 회복'을 내세운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부동산도 백지신탁하도록 함과 동시에 △공직자 부동산 취득심사제 도입과 △비주거용 다주택 소유자의 고위공직 임용 및 승진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부동산 전담 기구로 '주택도시부'를 새로 만들어 주택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수사권을 갖는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할 계획이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은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며 부동산 규제 강화, 보편적 복지 등 일부 분야에서 현 정부보다 강력한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윤 후보는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재검토해 합리적으로 세제를 개선함으로써 거래 확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현 정부가 양도세를 중과했지만 매물은 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대 90%까지 양도세 단계별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50% 한시적 감면 등의 공약을 들고 나왔다. 

또 막힌 대출로 막막함을 호소하는 실수요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도 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신혼부부, 청년층의 LTV를 80%까지 올려주고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정상화할 계획이다.

■공약 실효성 있나...전문가 "현실에 맞도록 다듬어야"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공급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측이 모두 '5년 임기 내 250만가구 공급'을 꺼내들었지만, 지나치게 목표치가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너무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공급물량은 30만가구에 불과했고, 현 정부의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합해도 총 35만가구 정도다. 

이 후보가 언급한 '기본주택 100만가구 공급'은 3기 신도시의 3배에 달하는데, 이 정도 택지 확보부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과 수도권 역세권에 집을 짓겠다는 구상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도심 역세권에는 나대지보다는 각종 업무 상업시설 건물이 대부분인데, 기존 임차인들을 보호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임대차 기간 10년 보장)'으로 이들을 내보내기 쉽지 않다. 더구나 역세권은 땅값이 비싸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

윤 후보의 '청년 원가주택'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윤 후보 논리대로 총 30년간 3차례 재판매가 이뤄진다고 가정했을 경우 종합 1879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국가가 지불하게 된다"며 "국가가 3기 신도시 및 서울 역세권에 주택 50만가구를 원가에 분양한다는 것은 시세 10억 주택을 3억에 분양하겠다는 것으로, 7억은 국가의 손해이자 기회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현실에 맞춰 정교하게 구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두 후보가 모두 공급 부족을 위한 대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청년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이름과 방식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세금과 대출 쪽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수권 전부터 얼마나 정교한 시간계획표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두 후보가) 제일 중요한 재원이나 택지 조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노린 선심성 정책공약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불식할 만한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