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요소수 부족에 산업계 '비상'..."정부 물량 확보에도 불안감 여전"
[요소수 대란] 요소수 부족에 산업계 '비상'..."정부 물량 확보에도 불안감 여전"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11.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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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0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말에 이르면 국내에서 비축하고 있던 요소수 재고가 바닥을 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해외를 통해 1561만 리터의 요소수 생산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당장 한시름 놓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공공 서비스 분야에 먼저 요소수를 보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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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 요소수 부족 현실화

요소수는 디젤 차량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을 정화시키기 위한 SCR(선택적 촉매 감소기술)에 사용되는 물질로, 이를 통해 질소산화물이 물과 질소로 환원돼 환경오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대부분 중국을 통해 조달했는데, 이번 중국과 호주와의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이 요소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요소 공급이 거의 끊겨 이달 말까지 생산할 수 있는 재고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정밀화학을 제외한 업체들도 상황을 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 자동차부터 철강업계까지...피해 확산 우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물류업계를 포함해 자동차업계, 철강업계, 건설업계 등에서 타격이 우려된다. 요소수가 부족한 경우 디젤 차량은 출력에 제한이 생겨 본래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또 심각한 경우 운행 중에 차량이 멈추거나, 꺼진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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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에서 운행되는 화물차와 덤프트럭, 레미콘 등은 60% 가량이 디젤 차량인데, 요소수 부족으로 당장 다음달부터 운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와 건설업계는 필요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디젤 신차 출시에 요소수를 일정량 주입한 상태로 차량을 출고해야 하고, 차량 수리 등 상황에서 요소수를 보충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행히 택배업계에서는 그동안 확보해 놓은 요소수 물량으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택배업계도 요소수 물량 부족으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보일러, 히터를 만드는 석화업계와, 배출가스 저감자치를 운영하는 조선업계 등도 요소수 부족에 어려움이 우려된다.

다행히 정부가 요소수 물량을 확보하면서 산업계의 불안감도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분배 과정에서의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어 보인다.

■ 디젤 차주, 일반 시민들 한시름 놓았다

일반 디젤 차주들과 시민들의 불편함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앞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은 연말이 되면 30%가 넘는 버스들이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를 재공급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찰차와 소방차 등도 요소수 부족으로 업무 차질이 예상됐지만, 정부가 물량을 확보하며 큰 어려움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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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디젤 차주들은 요소수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 한 디젤 차량 운전자는 "아직 요소수 품귀가 크게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차량을 반드시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며 "정부에서 물량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정말 찾을 수 없을 것을 대비해 확보할 수 있다면 요소수를 사려고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소수 대란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요소는 요소수에 사용되는 것 외에도 시멘트 생산, 비료용 등 사용되는 규모가 다양한데, 향후 요소 수입 불안정으로 여파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암모니아가 필요한데, 암모니아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과거 우리는 필요한 수소를 Naphtha에서 생산했는데, 이게 원가가 맞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그동안 만들기 어려워서,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수지가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