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안철수 등판...야권 주자들 "安과 손 잡자"
'캐스팅보트' 안철수 등판...야권 주자들 "安과 손 잡자"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11.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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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ㅣ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가 대선판의 변수로 떠올랐다. 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에 돌입한 국민의힘은 '야권 분열은 없다'며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나 그 과정에서 잡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데 국민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탄한다. 국민들은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라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가 대선판에 공식 합류하면서 당장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급부상했다. 안 대표는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진영은 달리하면서도 단일화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2012년에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과의 단일화 룰 협상에서 좀처럼 진전이 없자 출마 선언 65일만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안 대표는 당시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다"라고 선언했지만, 단일화 중재안이 불발되면서 자진사퇴한 격이라 매끄러운 단일화는 아니었다.

2017년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와 단일화 이야기가 나왔으나 대선을 완주했다. 안 대표는 19대 대선에서 홍 후보에 약 3%p(포인트) 뒤진 21.41%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에 더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득표율 6.76%)가 3자 단일화에 나섰다면 정권교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대선을 제외하면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가 있다. 안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지만 패배했다.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양측의 이견이 컸지만 안 대표가 결과를 수용하고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오 후보의 당선에 일조했다.

안 대표가 출마할 때마다 '단일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캐스팅보트'를 쥐었기 때문이다. 당선은 어렵지만 안 대표가 누구와 단일화, 또는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올라간다. 정치권은 안 대표의 고정 지지층이 유권자의 10% 내외로 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홍준표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이번 대선은 박빙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안 대표는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적게는 2~3%, 많게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격차가 대부분 오차범위 내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 손을 잡아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윤 후보와 홍 후보 모두 안 대표와 손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이날 안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 정치에서 많은 역할을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안 대표를 추켜세웠다.

윤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분위기를 굉장히 좋게 만들어 주셨다"며 "(안 대표와) 점심때도 보고 저녁도 하고 이러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홍 후보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지난 8월부터 수 차례 만나 유대관계를 맺어왔다며 "정권 창출에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그 인식에는 서로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일단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선 완주 의사가 확실한 건가'라는 질문에 "저는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며 "제가 정권교체를 할 것이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단일화에 임하는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분이 총리나 장관으로 적합한 분인지 잘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완주해서 당선된 뒤 국민의힘 후보를 기용하겠다는 뜻이거나, 단일화에 나서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권교체를 가정했을 때 지분 문제도 있지만 등판이 예상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두 사람과 안 대표의 관계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놓고 안 대표와 악연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기반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인데,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안 대표에게 패했다. 2년 후 2018년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보궐선거가 열렸을 때 이 대표는 출마를 준비했는 데 당시 같은당(바른미래당)에서 찬반이 엇갈리면서 소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악연인 게 맞고, 내가 그간 저격수를 자처한 것도 사실"이라며 "숨길 것도 없이 이유는 딱 하나다. 2018년 안 대표의 서울 노원병 '공천 태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무운을 빈다"고 매우 의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위원장과의 관계는 더 껄끄럽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의 대선 출마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사람이 대권 도전에 나선다고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대선 출마를 안 하겠다고 했고 정권교체를 위해 뭐라도 하겠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권에 나선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결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당에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교체는 국민의힘과 안 대표간 이견이 없는 대의"라며 "김 전 위원장이 등판하고 이 대표가 돕고 하면서 단일화 과정서 잡음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단일 후보로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