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기업분할로 열린 'SKT 2.0시대'...통신 넘어 글로벌 투자확대
[이슈진단] 기업분할로 열린 'SKT 2.0시대'...통신 넘어 글로벌 투자확대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10.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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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참석한 박정호 SKT CEOㅣSKT
주주총회 참석한 박정호 SKT CEOㅣSKT

SK텔레콤이 설립 후 37년 만에 구조개편을 단행, 기업분할을 확정 지었다. 통신·비(非)통신 사업을 분리해 비효율적 구조를 개선하고, 통신을 넘어 글로벌 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모빌리티, 커머스 등 끊임 없이 정보통신기술(ICT) 신사업 범위를 넓혀 온 SKT는 통신사로 남게 되면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회사는 이번 분할을 'SKT 2.0시대'로 규정하고,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아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통신 중심 존속회사로...'SK스퀘어'는 공격적 투자 전담

12일 ICT 업계에 따르면 SKT는 내달 1일 통신 분야를 맡는 존속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영역을 맡는 'SK스퀘어'로 인적분할을 확정 지었다.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 SK텔레콤이 0.607, 신설회사 SK스퀘어가 0.392다.

존속회사 SKT는 5G 등 유·무선 통신과 AI, 디지털인프라 서비스 등 통신 중심 사업에 집중한다. 구독 서비스나 메타버스 플랫폼 등 신사업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15조원가량이었던 연간 매출액을 2025년 22조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SKT는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등 7개 회사를 편제한다. 

자료: SK텔레콤

신설회사인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등을 편제하고 반도체·ICT 투자전문회사로 나선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 시 인수대상 기업 지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때문에 제약을 받아 왔는데, 이번 분할로 SK스퀘어가 직접 투자 하게 되면 반도체 투자가 훨씬 손쉬워질 거라는 관측이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등 다양한 분야의 16개 회사를 편제한다. 회사 측은 "현재 26조원인 순자산가치를 2025년 75조원까지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의 배당수익과 기업공개(IPO) 등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으로, 원스토어, ADT캡스 등의 IPO가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과거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T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따른 지분율 상향 부담도 덜게 됐다는 평가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면 내년 지분율 10%를 높이기 위해 10조원 상당의 재원이 들어갈 상황이었다. 현재 SKT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다.

SK스퀘어의 CEO는 박정호 현 SKT CEO가, 존속회사 SK텔레콤의 CEO는 유영상 MNO사업대표가 각각 맡을 예정이다.

박정호 CEO는 "그간 SKT는 통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온전히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회사 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주주가치 극대화로, 통신사업과 반도체 ICT 투자가 각각 맞는 툴로 정비되면 주주 여러분께 이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시가총액이 높게 형성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할 후 SKT 합산(SKT·SK스퀘어) 시가총액은 SKT 총 배당금과 비상장 자회사 가치로 결정될 전망"이라며 "예상 합산 시가총액은 대략 23~24조원"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SKT MNO 시가총액은 대략 14조원, SK스퀘어는 9조원 수준에서 거래가 형성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SKT MNO 영업이익 수준으로는 높은 시가총액 형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하이닉스는 상장사이어서 이미 그 가치가 이미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일부 투자가들은 SK스퀘어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데 냉정히 따져볼 때 언젠가 SK㈜에 패권을 내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가들이 SK스퀘어에 높은 멀티플을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 회사는 분할 기일인 11월 1일에 앞서서 10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두고 11월 29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된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