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빠찬스'에 지쳐가는 청년들
[기자수첩] '아빠찬스'에 지쳐가는 청년들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9.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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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붙은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최근에는 급기야 50억원짜리 대형 특혜의혹도 터졌다. '아빠찬스'를 획득한 또다른 청년이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자신의 아들을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에 취업시켜 줬고, 6년을 일하다 수십억원의 '로또급' 퇴직금을 벌었다고 한다. 이 업체는 5천만원의 자본 투입으로 57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정치권 뉴스를 휩쓸고 있는 곳이다. 당사자는 '열심히 일해서 번 것'이라며 당당하다.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는 자신의 SNS에서 "2021년 3월 퇴사하기 전 50억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됐고, 이에 원천징수 후 약 28억원을 제 계좌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속연수나 퇴직 전 급여로 추산할 때 이는 누가봐도 어불성설이다. 회사 창립 후 6년동안 다른 직원들에게 준 퇴직금을 모두 합해도 2억6천만원에 불과한데, 6년도 채 되지 않은 대리급 1990년생 직원이 50억원을 받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곽씨가 받은 월 급여(233만~383만원)와 보통 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산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퇴직금은 많아야 2800만원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곽 의원은 되레 '당시 시장이 사업을 잘못 설계한 것'이라며 남탓을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곽 의원이 해당 업체 대주주와 대학 동문인 데다 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은 사실로 볼 때, 이는 아버지인 곽 의원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 많다.

자료: 연합뉴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아빠찬스' 사건은 한두번이 아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는 지난 18일 무면허 운전을 하다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을 폭행해 입건됐다. 장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른 범죄를 저질렀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아, 현역의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아버지 덕에 특혜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장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종합상황실장직을 사퇴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 의혹으로 크게 질타를 받고 재판 중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런 힘빠지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요즘 청년들의 처지와 완전히 다른 세상 얘기같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만 18세~29세 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작다고 답했고, 이보다 더 많은 비중이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청년들의 근로의욕을 저하하는 것으로는 부동산값 폭등(24.7%)과 물가 상승(21.5%)이 꼽혔다. 청년들의 절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만약 부모의 위치를 이용해 불법 혜택을 받는 등 특혜성 뉴스에 대한 항목이 있었다면, 이 역시 높은 수치를 기록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년들에게 '노력',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외치면서 내 자식의 특혜를 위해서는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이 시대 청년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더욱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더 잘못했네, 더 받았네 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청년들에게 그것은 중요치 않다. 똥 묻은 개든, 겨 묻은 개든 결국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노력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를 바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청년들이 고용불안과 미친집값, 부모특혜 소식에 지쳐 '이번 생은 망했어(이생망)'라며 내뱉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사회는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아빠찬스' 소식이 들려오지않기를 바란다. 아빠찬스가 태생적으로 없는 청년들에게 또하나의 좌절감과 패배감을 보태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