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펜데믹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Resilient city)을 고민하다...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펜데믹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Resilient city)을 고민하다...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9.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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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그 세번째 막을 올렸다. 범세계적인 팬데믹 여파에도 46일간의 닻을 올린 '용감한' 국제 건축 행사 중 하나다. 아니, 오히려 코로나19를 정조준한 전시회라고 표현하는 편이 낫겠다. 주제부터 '회복력'을 선정했다. 이에 화답하듯, 팬데믹 상황에서도 53개국, 112개 도시, 190명 작가가 참여해 역대 최다 작품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를 기본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총감독을 맡았다. 가장 KF수치가 높은 마스크를 쓰고, 그 현장을 가봤다.

산업혁명 기념관(Memorial to the Industrial Revolution). 

"도미니크 페로 총감독이 이번 행사의 주제와 어울리게 출품하는 작가들에게 재료들을 새로 사지 말고 기존 재료들을 활용하도록 요청했다고 해요. 새로 사기보단 '재활용'을 하자고 권한 거죠"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재료들이 쓰였을지 궁금해졌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등장한 것이 이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무려 '코르크'로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설명을 듣기 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재료였다. 작품의 제목은 더 갸우뚱했다. '산업혁명 기념관'이라니.

작가는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를 야기한 산업혁명의 양면성에 착안했다. 이 기념관은 후기 근대의 눈부신 업적을 기념하면서 환경 파괴적인 선형 방식의 생산·소비의 사망을 선언한다는 설명이다.

영국 코르크 하우스에 사용됐던 대형 코르크 블록은 순수 식물기반 자재로서 생물 다양성 환경을 지원한다. 코르크는 궁극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서 불해되고 생물권에 새로운 성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또 이 블록들은 모르타르나 접착제 없이 조립돼 비엔날레 후 해체해 다른 건물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도시의 아래: 하천들(Beneath The City).

조금 더 걷다보니 관람객들이 둘러싸 얼굴을 비추고 있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천장에 도시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래 비춰진 것은 하천에 비춰진 도시의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후를 위해 세워졌다. 토론토의 잃어버린 하천들을 독특한 생태 현상으로 공표한 전시 설치로, '도시의 아래: 하천들 프로젝트'는 인간에 의해 변형된 풍경, 특히 개울과 하천들을 다시 자연적으로 만드는 발굴과 제방의 과정이라고. 그 마스터플랜은 도시와 도시 아래 하천들 사이의 통합적 관계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카고: 지열을 통한 냉난방 개입(Cooling and Heating Interventions in Chicago).

현대적인 네온사인이 강렬한 시선을 끄는 이 작품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 도시 시카고의 회복력 있는 미래를 위해 '지하 에너지 회복'을 제안하는 것. 도시 지하에 위치한 280km의 터널과 기타 구조물을 전환해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고, 도시 생활을 위한 거주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시카고의 혹독한 기후와 막대한 건물 에너지 소비를 상쇄하기 위해, 현존하는 지하 환경을 에너지를 위한 지형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혁신적인 접지 접촉 구조와 파이프를 통해 날씨와 장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유체가 순환하고, 이것이 건물의 냉난방을 위해 지속해서 지하와 열 교환이 가능하도록 해 도시 생활을 지원한다는 설명.

발코니는 새로운 정원(Balcony Is a New Garden).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발코니는 새로운 정원'이었다. 눈에 익은 에어컨과 난간. 하지만 생소한 모래와 선인장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기 때문에 더 눈에 갔나 모르겠다.

작가는 '도심 속의 공원'의 경우 박제된 자연의 형태로 인공적인 공간에 가깝다고 보지만 한국의 정원, 즉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 안에 위치한 정원은 자연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도시 환경에서 대안적 의미의 자연적 공간에 대해 제시한 것.

실제 오늘날의 '발코니 정원'은 도심의 공원을 포함해 인위적인 자연 정원들과 비교해도 훨씬 더 많은 면적과 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원은 인공적인가, 자연적인가?"라고 작가는 묻는다.

형평성의 도시를 향하여(Towards a City of Equity).

그런가하면 가장 눈에 띄는 제목으로 끌렸던 전시품은 '형평성의 도시를 향하여'였다. 예상이 되지 않는 철학적인 주제였기 때문일까. 미리 안내책자를 보며 점찍어두고 '원픽'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작품 자체가 거창하지 않았다. 여느 미술 전시회처럼 '그림'이 정갈하게 걸려 있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책자를 다시 들여다봤다.

이는 방글라데시 도시 다카시를 다루는 설치 작업으로, 단순히 다카시의 과거 사건 및 현재 상태, 미래 계획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설명이 아니라 도시의 일부를 나타내는 이미지의 집합체라고 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시의 역사는 서기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서기 17세기 때에는 이미 주요 행정 상업 도시가 됐다. 이 도시는 지난 40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UN에 따르면, 다카시의 인구 규모는 2018년 세계 9위, 2030년까지는 4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작가는 "활발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는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으나, 사회·경제적으로 궁핍한 이들을 위한 적정한 생활 수준을 세워 형평성의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노바 산 조르조 대교(The Genoa San Giorgio Bridge). 이는 2018년 8월 14일 다리가 붕괴되는 이 비극으로 43명이 사망하고 제노바시가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동시에 이 사건은 제노바시와 시민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금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도미니크 페로 감독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 회복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도시 회복력'이라는 개념은 캐나다의 생태학자 C.S 홀링이 정의한 '생태 회복력'에서 유래됐다. 문자 그대로 충격 이후 균형을 되찾는 힘, 혹은 어떠한 난제를 그 영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극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는 "세계 문제의 핵심이 되는 도시는 현재 전염병 등 위생상의 위험, 기후변화, 산업감소, 기술 경쟁력, 이주 흐름 관리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그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전세계 100개의 도시 프로젝트와 그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대중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에 상응해 '회복력'이라는 주제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회복력을 도시에 적용해, 예측 불가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견고한 도시 만들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회복력은 지속가능성, 즉 환경과의 재결합에 이르는 과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변화는 분명히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쩌면 더욱 융합적이고 유연한 공간의 탄생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는 일부 시설의 부족한 융통성을 화두에 올렸지만, 사람들이 떠나버린 경기장, 넓은 주차장 등의 공간에서 선별진료소와 백신접종센터를 신속하게 유치할 수 있었던 것 등 새로운 적응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그는 보고 있다.

끝으로 도미니크 페로는 "오늘날 가장 회복력 있는 도시 공간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빠르고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비춰진다"며 "지금은 도시의 획일화된 비전에서 탈피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분리됐던 지역들을 서로 연결하며 교류와 소통의 관계를 구축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는 10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해 전시 관람을 돕는 다양한 편의기능을 탑재했으며, 코로나19 대비 전시장 방역 작업을 철저히 해둔 상태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