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SK이노, 배터리 분할...'미래 성장동력' 확보했다
[이슈진단] SK이노, 배터리 분할...'미래 성장동력' 확보했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9.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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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ㅣ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ㅣ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을 독립시키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 사업의 분할계획서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고 밝혔다. 분할 안건은 80.2%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 계획이 승인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회사 분할을 시발점으로 각 사에 특화된 독자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질적/양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사업(SK배터리)과 석유개발 사업(SK이앤피)는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한다. SK배터리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비롯한 배터리 서비스 사업, ESS(에너지저장사업) 등을 영위하며, 이앤피는 탄소포집 및 저장 사업과 석유개발 생산 및 탐사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SK이노베이션이 양 사업의 분할을 결심한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증설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향후 5년간 1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연간 기준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40GWh인데, 이를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도 확보해 2022년 흑자를 시작으로, 2025년 이후 한 자릿수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청사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 분할이 필수적이었다. SK배터리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분할 이후 상장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준 사장은 "배터리 사업 독립법인 체제를 빨리 정착을 시켜서, 우리들이 필요한 시점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준비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터리를 육성하기 위해서 리소스를 조달하는 것은 독립법인 체제보다 유연성이 많이 떨어져 다른 투자지원 조달과 관련된 우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독립법인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다만, 상장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김 사장은 "자금 조달 방안으로서 IPO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조달방안들도 많다"며 "투자수요라든지 재원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부분을 어떤 식으로 효과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게 우리에게도, 주주들에게도 유리한 방향으로 보면서 IPO에 대한 결정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지만 급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시 주총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도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분할 후 상장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긍정적이라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편,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참석해 분할과 정관 변경 등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등 우려 사항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준 사장은 정관 변경은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배당책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으나, 주주가치 제고와 지속적인 성장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 거점에서 확보한 배터리 생산 능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