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한샘과 손잡은 롯데...가구업계 구도변화
[이슈진단] 한샘과 손잡은 롯데...가구업계 구도변화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9.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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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3000억 가량을 들여 한샘 인수에 나서면서, 유통업계와 가구업계에 작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1위 가구기업인 한샘과 1위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이 함께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 온 롯데는 가구와 인테리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성장한 리빙 분야를 키워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샘도 44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하이마트 등 롯데 계열사와의 시너지로 더욱 성장을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한샘의 2대 주주가 실사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온오프라인 경쟁력 확대...롯데·한샘 VS 현대리바트 구도 주목 

롯데쇼핑은 지난 9일 한샘 최대주주 지분 매수 주체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 예정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2995억원을 출자하는 내용을 공시했다. 롯데쇼핑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향후 한샘을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보유하게 된다. LX하우시스 역시 인수전에 참여하며 유력 상대로 거론됐으나, IMM 측에서 최종적으로 롯데쇼핑을 투자자로 선정하면서 결국 한샘과 롯데가 손을 잡게 됐다.

LX하우시스와 손을 잡을 경우 동종업계의 양사 브랜드가 충돌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회사 정체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와는 본업이 겹치지 않아 순수하게 유통채널에서 확장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는 포인트로 롯데쇼핑이 보유한 다양한 오프라인 및 온라인 유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샘은 2021년 확장 포인트로 온·오프라인 출점 전략을 내세우며 올해 전국 리하우스 표준매장을 50개까지 확장하고, 대리점 리하우스 디자이너 및 시공인력 확충을 통해 직시공 패키지 월 5천건 달성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샘과 롯데쇼핑의 협업은 인테리어 시장 밸류체인 상의 End Point(외부 연결 접점) 강화 전략에 해당한다"며 "중장기적으로 한샘은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 가구, 인테리어 소품, 리모델링 패키지 등을 자사 제품 뿐 아니라 타사 제품도 함께 유통하는 형태의 성장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홈 인테리어 시장에 편승하면서도, 그룹 계열사에서 두루두루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B2C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샘의 지위는 굳건하다. 1970년 부엌 가구로 시장에 진출한 한샘은 이후 건자재 부문까지 영역을 넓혀 국내 인테리어 가구 업계 1위를 줄곧 유지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타 업계의 위기에도 작년 매출 2조67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으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대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 한샘은 최근 스마트홈·렌털·중개플랫폼 등 여러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 중이다. 

롯데쇼핑은 이번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국 440여개 매장이 있는 롯데하이마트에 한샘이 입점하면 가전과 가구를 결합해 판매하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그룹에 속한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아파트에 빌트인 가구 브랜드로 한샘을 넣는 식으로도 협업할 수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대형마트, 가전양판, 백화점,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샘과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다"며 "건설 등 그룹 차원에서는 협업도 가능할 것"고 분석했다.

한샘을 등에 업은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현대리바트)의 경쟁 구도도 주목된다. 이미 백화점업계에서 날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그룹의 대결이 가구 시장에서도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2017년 현대리바트와 건자재 계열사 현대H&S를 합병하면서 1년 만에 매출이 51.9% 상승했다. 이어 2018~2019년에는 무섭게 한샘과의 매출 폭을 줄였고, 지난해 기준 1조3000억원대 매출을 낸 바 있다.

박세라 연구원은 "2022년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의 재편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소송전 변수도 존재..."법적 절차 따를 것"

다만 이번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도 존재한다. 최근 한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rs, L.P.)에서 IMM의 기업 실사 가처분 신청을 내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거나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인수가 지연되는 등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샘의 지분 8.43%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는 "이번 소송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체 주주의 소유인 회사의 기밀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인허가, 자산, 지적 재산권, 주요 계약 등 자료 제공과 매각 조건 가격 등을 정하기 위한 기업 실사에 협력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못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세라 연구원은 "테톤 측에서 어떤 점을 이유로 매각에 제동을 걸었는지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8.43%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활한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해당 이슈가 선결돼야 한다"며 "아직 여러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샘은 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힌샘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회사 측에게도 이례적이고 생소한 일이라 저희도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회사 이사회는) 법원 판단을 존중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