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서로 "이겼다" 주장 이유는?
[이슈진단] 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서로 "이겼다" 주장 이유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9.0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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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ㅣ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ㅣ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간 풋옵션 분쟁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 결과에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분위기다. 양측은 ICC 중재판정부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서로 승소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달 진행될 예정인 어피니티컨소시엄 주요 임원들과 이들로부터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임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형사재판 2차 공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같은 판결 서로 다른 해석

교보생명은 지난 6일 ICC 중재판정부가 이번 풋옵션 분쟁에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ICC 중재판정부는 이날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풋행사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제출하며, 해당 금액이 신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프리미엄을 가산한 액수라고 주장했으나 ICC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9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당시 대우인터네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1조2000억원 규모)를 매각할 때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뤄지지 않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8년 10월 지분 매각 당시의 금액보다 66.9% 높은 1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에 신 회장 측은 가격 산정이 터무니없다는 이유로 풋옵션 행사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들의 갈등은 ICC까지 오게 됐다.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 상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장에 대해서 ICC는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 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며,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손해 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ICC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주장한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교보생명은 이번 결과를 '승소'로 규정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승소 입장문이 나온 뒤 어피니티 측은 즉각 ICC 중재재판부의 중재비용 부과 주문 등을 근거로 자신들의 '승소'라고 반박했다.

어피니티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서에 따라 합의된 풋옵션 부여 의무, 풋옵션 행사 시 가치평가를 위해 마련된 사전 절차 사항 등 관련 계약 상 주요 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했다"며 "재무적 투자자 측에 최종 승소 판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어피니티에 따르면 ICC 중재판정부는 풋옵션이 무효라는 신 회장 측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으며,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 시에는 30일 이내에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내렸다.

또 어피니티는 ICC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에게 중재비 전액과 어피너티 쪽 변호사의 50%를 부담할 것을 주문한 점도 이번 분쟁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어피니티는 "계약은 신뢰를 건 약속이고 자본시장의 근간임을 확인해준 판정 결과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의 판정은 그에 대한 마땅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교보생명은 이에 대해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중재재판부가 주주간 계약의 풋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을 거론하고 있으나 중재의 핵심 쟁점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행사에 따른 매매대금 청구’였고 이는 모두 기각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ICC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이 일부 최소한의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행사에 따른 일방적인 매매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중재 신청인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인 점 등을 고려해 비용의 일부를 신 회장이 부담하도록 조정한 것일뿐 법률비용 부담이 승패의 여부를 가리는 본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ICC의 판결은 국내 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만큼 일각에서는 어피니티가 재평가를 통해 새로운 가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측의 서로 다른 해석과 입장 차이와는 별개로 ICC 중재판정부 판단의 핵심은 결국 '풋옵션' 자체는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향후 풋옵션 가치 산정과 관련해 양측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셈이다.

한편, 어피니티컨소시엄 주요 임원들과 이들로부터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임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달 1차 공판을 마쳤고 2차 공판은 이달 10일로 예정됐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