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온실가스감축법' 국회 통과...산업계 '진땀'
[이슈진단] '온실가스감축법' 국회 통과...산업계 '진땀'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9.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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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경재계에서는 이대로 법안이 적용될 경우 관련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주장하며, 국내 현실을 반영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위기대응법'이라고도 불리며, 오는 2030년까지의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정한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2030년까지 온실가스 35% 감축"

법에서 말하는 35%는 기존 목표(2018년 대비 26.3%)보다 9% 포인트 상향한 것으로, 여기서부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법에 명시한 것이다. 만약 2018년부터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선형으로 감축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 목표는 37.5%가 된다. 즉 '35% 이상'이라는 범위는 2050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법에서는 정부가 산업부문별·연도별 세부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에너지정책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기존에는 전문가와 산업계 위주로만 참여했던 거버넌스의 범위를 미래세대, 노동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 법제화했다.

또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단도 마련됐다. 국가 주요 계획과 개발사업 추진 시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국가 예산계획 수립 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점검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구조 전환과 산업공정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했다.

아울러 탄소중립 과정에서 발생할 취약지역·계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특별지구 지정,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의 정책적 수단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중앙 일변도의 대응체계를 중앙과 지역이 협력하는 체계로 전환했고, 지방 기본계획, 지방 위원회 등 지역 이행체계를 마련하고, 중앙과 공유·피드백하는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사진=대한상의
사진=대한상의

■ 경제단체 "산업계 의견 반영해 달라"

경제계 5개 단체(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일 의견서를 내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35% 이상’으로 명시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5단체는 “2050 탄소중립은 글로벌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목표로 이해한다”며 “다만, 주요 선진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기간은 짧은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2030 NDC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019년 기준 제조업 비중은 우리나라가 28.4%로 EU(16.4%), 미국(11.0%)에 비해 월등히 높고, 온실가스 배출정점부터 탄소중립까지 준비기간은 EU(60년), 미국(45년)에 비해 훨씬 짧은 32년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경제5단체는 ▲경제계와 소통 활성화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 강화 ▲안정적·경제적 에너지 공급 ▲탄소감축 설비투자 지원 확대 ▲예측가능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 등 구체적인 5대 과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중장기과제인 ‘2050 탄소중립’이 불가피한 목표라 하더라도 단기과제인 ‘2030 NDC’는 산업경쟁력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다만 세부계획을 수립할 때 산업계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충분한 협의기간을 부여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간 직접적 소통창구를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탄소중립 기술혁신에 20~80년 이상 소요되고 주요국 정부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정부의 선도적 R&D투자가 필요하다"며 "추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예측가능한 배출권거래제 운영을 통해 기업들이 우려하는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축소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우리 기업들도 EU·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 ESG 실천 요구 등에 따라 탄소감축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 현실적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산업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의 존망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글로벌 친환경 신시장을 선점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도 민주당의 기후위기 대응법 강행 처리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 힘은 "민주당이 어제 강행 처리한 법안은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산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환노위에서 새벽에 날치기 통과된 탄소중립기본법은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