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방위 대출규제, 서민은 어디로?
[기자수첩] 전방위 대출규제, 서민은 어디로?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8.3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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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갑작스러운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중단에 갈 곳을 잃었다. NH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지난 24일부터 향후 3개월 가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어 우리은행 마저 3분기 전세자금대출 한도 소진으로 오는 9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갑작스런 대출 중단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계획 중이던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급하게 진화에 나섰지만 실수요자들은 이사나 전세 연장 계약을 앞두고 당장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불길을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농협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했기 때문에 계획 준수를 위한 조치일뿐이며 다른 은행까지 대출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지만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당장 자금조달이 시급한 실수요자를 위해 전세자금대출만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예외로 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금융당국은 부채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전세자금대출만 제외하면 규제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만큼 대출이 중단된 은행 대신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려서 '풍선효과'로 '대출절벽'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이번 사태로 아직 대출 문이 열려있는 다른 은행으로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불안심리가 더욱 커지면서 이제는 내년 대출 문의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빚 없이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적인 대출중단만이 능사는 아니다. 당장 전세자금대출 중단 상황만 살펴봐도 자금조달이 시급한 실수요자들이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전세가 아닌 월세를 살게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고정지출로 이어져 가계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중단도 모자라 신용대출 상품 마저 최대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고 마이너스통장도 한도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는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지원해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싼 이자로의 대출을 막고 비싼 이자로 빌리도록 유도하는 꼴이다. 오히려 사채로 내몰지 않아서 고마워 해야하는 것인가. 고리로 폭리를 취하는 대부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어떠한 결과를 바라보고 내놓은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서민이 어렵고 고통스럽지 않도록 세심하게 서민을 배려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이 필요하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