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군장병의 노마스크 논란
[기자수첩] 국군장병의 노마스크 논란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1.08.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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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영 기자

온라인 대국민 국군소통서비스인 '더 캠프'의 게시판이 며칠 간 시끄럽다. 당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병을 대상으로 ‘노마스크’ 시범운용 등 집단면역 달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군 장병 54만 명 중 52만여 명이 화이자 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군 예방접종 완료 후 적용할 선제적 방역 완화 방안 검토’ 비공개 문건에 따르면 시범부대 장병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생활하고, 군 전용 체육시설에서도 인원제한없이 마스크를 벗은 채 운동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또 세부방역지침이 수립되면 군내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성·위험성을 평가한 뒤 전군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담겨있다.

그러자,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시험을 하려고 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사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지(변이대응성), 죽는지(치명률) 등을 관찰해 시범사례로 삼으려 했다”며 “K-방역 홍보를 위해 병사들에게 사실상 생체실험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나라를 지키라고 보낸 귀한 우리 아들들을 데리고 실험을 하나니, 군대에 간게 죄인가. 실험대상까지 국방의 의무인가. 군인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마시라"고 비판했다.

더 캠프 자유게시판 게시물 <출처=더캠프>

특히 '더 캠프' 게시판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아들이 실험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근심과 국가에 대한 원망이 쇄도했다. 일각에서는 국군 장병의 94%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맞아 나라에 헌신(?)하는 것도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헌신하기 이전에 고귀한 생명이며 한 가족의 귀한 아들이라는 목소리를 넘어설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조만간 우리 사회 전체도 90% 이상의 접종 완료율에 육박하는 만큼, 마스크 없는 일상을 대비해야한다. 특히 위험율을 파악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들의 과학적 논의는 필수다. 그러나 정부는 방역 지침에 대해 과학적 논의를 배제하고 대통령과 측근만이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논의를 혼돈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시내용과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의료계 전문가는 “의사 출신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대통령의 실험 지시에 개입했다면 의사로서 연구윤리 위반이고, 의사들의 참여 없이 결정했다면 정치 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는 90% 이상 접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접종률 94%가 넘는 병영에서 노 마스크 전략이 성공해도 일반 국민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민간에서 코로나와 공존 하더라도 마스크 쓰기를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마스크'와 방역은 정치인의 영역이 아닌 ‘과학’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군복무는 병역의 의무차원에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지 희생과 헌신까지 당연시할수는 없다. 군에 아들을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하나같이 '무탈하게, 건강하게' 전역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노마크 시범운영'은 국군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사회적 논의나 합의없이, 특히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의 허락없이 진행되어서는 안 될 중차대한 사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단순한 감기가 아니다.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완치이후에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다. 부모들의 동의없이 군장병 노마스크를 시행한다면, '마루타 생체실험'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