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진화 ②] 공유경제는 자산 중심의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공유경제의 진화 ②] 공유경제는 자산 중심의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9.01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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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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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팬데믹은 공유경제 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특히 모빌리티와 숙박업계가 큰 피해를 보면서 승차공유업계 대명사인 우버(Uber)나 대표적인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 모두 지난해 큰 손실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공유경제가 이대로 사멸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또다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공유경제 모델이 예전보다 더욱 성숙하고 안정적인 모델로 변화 중이라고 분석한다. 공유경제가 '진화' 중인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이 기업과 고객 간 거래하는 B2C 공유경제 모델은 어느 정도 성숙한 상태이지만, B2B 모델은 그에 비하면 여전히 미성숙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B2B 모델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데, 특히 중자산(Asset-heavy) 산업계는 이 공유경제 B2B 모델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 중자산 산업계에서 더욱 빛나는 '공유'의 가치 

공유경제 모델은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산업일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비즈니스가 수반하는 자산이 크고 무겁거나, 충분히 사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자산이 많거나, 동종업계 내 업체들이 유사한 자산 및 서비스를 운용하는 분야일수록, 또는 지리학적으로 같은 영역 내에서 운영하는 산업일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각종 인프라와 생산시설, 장비, 심지어는 인력을 포함한 R&D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잠재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보통 제조업계나 식품 및 농업, 에너지, 채광, 화학 등이 이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출처: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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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및 가스 업계, 'B2B 공유'로 안전은 높이고, 운영비・온실가스는 줄인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에 따르면, 이들과 같은 업계는 공유경제 모델 도입을 통해 다음 다섯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자본 효율성과 비용 절감, 에너지 소비 및 폐기물 발생 저감, 업그레이드 된 인력풀과 경영 네트워크 개선이 바로 그 다섯 가지다. 

공유경제 모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효용은 업계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석유 및 가스 업계는 공유 모델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산업의 안전성과 서비스/상품 품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운영비의 최소 10%에서 최대 25%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유업계 내 공유 모델 도입으로, 개별 업체 규모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탄소포집 저장 및 활용(CCUS)이 가능해질 경우, 환경적으로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 공유모델 도입 전, (오른쪽) 공유모델 도입 후의 선박 이동 경로. 공유모델 도입 후에는 노선 이동 및 선박 용적 활용의 효율이 높아졌다. | 출처: WeForum
(왼쪽) 공유모델 도입 전, (오른쪽) 공유모델 도입 후의 선박 이동 경로. 공유모델 도입 후에는 노선 이동 및 선박 용적 활용의 효율이 높아졌다. | 출처: WeForum

◼︎ 말레이시아 CORAL 2.0, "25개 석유 및 가스업체 B2B 공유로 성과 거둬"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말레이시아에서는 'CORAL 2.0'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석유 및 가스 업체 사이에 바지선이나 소형 선박 등과 같은 물류 선박을 공유하는 것으로, 총 25개 업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합동한 결과 28억 달러(한화 약 3조 2,760억 원)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탄소 저감 부문에서만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925억 원)를 절감할 수 있었고, 공급망 생산성을 기존의 60-70%에서 90%로 높일 수 있었다. 

B2B 공유 모델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사고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협조와 협동이 전제되고, 또 이들이 자산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야 실현가능하다. 말레이시아 석유 및 가스업계의 선례는 더 많은 주류 산업계가 공유 모델을 도입하는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