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블롭현상'...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칠레 대가뭄 야기
기후변화 '블롭현상'...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칠레 대가뭄 야기
  • 이지인
  • 승인 2021.08.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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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로이터
출처=로이터

태평양 남쪽에 위치한 커다란 온수 블롭(방울)이 칠레에서 10년 간 지속된 가뭄의 원인이라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 블롭의 원인이 기후 변화라고 진단하고있다. 

뉴질랜드 동쪽에 위치한 이 '남부 블롭'은 칠레에 고온 건조한 기후를 유발하고 있다. 안데스산맥 정상의 눈이 녹고 있으며 저수지는 메말라가고 있다. 한때 수풀이 무성했던 지역들도 다 시들고 없어진 상황이다. 이에 칠레 당국은 지방 거주민 40만 명 가량에게 트럭으로 물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한 기후 저널에 실린 26일 연구보고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블롭의 원인이다. 인과 관계로 보면 가뭄의 원인이기도 하다. 다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아직 불명하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해양에서 일어나는 자연적 변수와 대기 온도가 가뭄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부 블롭'은 미국 전체의 면적보다 비대하고 4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기온이 1.5도 상승했다. 다만 연구에 따르면 블롭 주변해역의 기온은 0.8도 상승으로 블롭 대비 낮은 상승세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칠레대학교 기후학자 레네 다리오 가리오드는 “블롭의 면적은 태평양의 3%로 어쩌면 작은 크기다. 다만 연쇄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민감한 지역에 위치한 것이 문제이다.”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칠레에서 가뭄은 흔한 일이나 현재의 대가뭄은 2010년이후 지속됐다.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농장과 포도밭이 집중된 칠레 중부지역에서 물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자들은 “해양블롭의 발생 자체는 빈번하다. 다만 이 ‘남부블롭’의 지속기간과 확연한 온난화현상은 자연의 섭리를 뛰어넘는 정도"라고 밝혔다. 가리오드는 “블롭 자체는 자연 발생인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해 그 정도가 심해졌다. 지속기간과 그 강도는 확실히 기후 변화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이 블롭현상에 대해 기후 변화가 정확히 어느정도 기여했는지 알기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자들 또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는 추세다. 

미국의 기상학 연구소의 학자 안드레아스 프레인은 “인간 영향을 받은 기후변화가 대가뭄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매우 걱정되는 일이다. 이와같은 대가뭄들은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문명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과거 중국 명나라와 마야문명이 있으며 최근엔 시리아의 경우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콜로라도 대학 기후학자 딜런 아메이야는 “블롭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칠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구전체에 미칠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수천킬로미터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에도 주시해야 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비즈트리뷴=이지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