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언론중재법 개정안, 위헌소지가 있는 지점은
[이슈진단]언론중재법 개정안, 위헌소지가 있는 지점은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1.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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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25일 새벽 여당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와 최연숙 사무총장이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ㅣ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 언론현업단체, 해외언론유관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개정안 곳곳에 위헌 소지가 다분한 조항들이 들어있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고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가 문제가 많은 제도”라며 “‘어느 정도 잘못했으면 어느 정도 부과한다’는 정도로 손해배상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기준을 깨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가 안 생기기보다 적당히 피해를 보고 3~4배 손해배상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위헌성이 제기되는 부분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 제2항에서 ‘법원이 제30조 제1항에 따른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언론사등(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 등을 적극 고려하여 인정되는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언론중재법 제30조 제1항은 “언론등(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등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제30조 제2항에서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원은 제1항에 따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그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법원이 일반적인 산정기준에 따라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의 액수로 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구체적인 매출액에 따른 기준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으나 법원으로 하여금 그 손해액의 산정을 ‘언론사등의 사회적 영향력, 전년도 매출액’을 우선하는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주요언론사가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종전의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의 금액으로도 산정할 수 있도록 그 책임을 10배 내지 100배 이상으로 가중시켰다.

이와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 평등 원칙 등에 모두 위배된다고도 지적했다. 언론중재법은 ‘허위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의 보도(허위·조작 보도)에 따른 손해에 대해 최고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어디까지를 허위·조작으로 볼지 기준이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학교수회 등 법조계와 법학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규정하고,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 등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다음으로 위헌성이 제기되는 부분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2조 제17호의3에서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는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30조의2에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을 신설하면서 법원은 언론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 공익침해행위와 관련된 언론보도 등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 제3항은 “공직자윤리법 제10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 해당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자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및 임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직자윤리법 제10조 제1항 제13호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직에서 퇴직한 사람’은 여기서 제외함으로써 퇴직공직자들에게는 허위·조작보도의 특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올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2017헌마1113 등)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헌법재판소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명예훼손죄가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으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허위사실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경우에는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유이며 헌법에 위반된다는 뜻을 반증하고 있다. 이렇듯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개혁이 아니라 ‘문재인 지키기 법’이 아니냐는 반문이 이어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 1호 헌법연구관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언론중재법'에 대해 "법 자체가 궤변에 불과하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과 함께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현행 법으로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얼마든지 형사처벌할 수 있고 법원에서 재량으로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우리처럼 완벽하게 언론 피해로 인한 구제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법제도 드물다"며 "언론피해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선진국, 민주국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처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