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MM 파업 우려...산은 무대 위로 올라와야
[기자수첩] HMM 파업 우려...산은 무대 위로 올라와야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8.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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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노사 갈등이 격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의 파업은 노조 측에서 한발 물러서며 보류됐지만, 다음달 1일 재교섭에서도 노사가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한다면 우려했던 물류 대란이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단 노사 모두 물류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황이 쉽지는 않다. 양측이 모두 합당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조 측에서는 충분한 실적이 나왔기 때문에 그동안 '해운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고생했던 보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수년간의 임금 동결을 견뎌왔고,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에 업무 강도까지 높아진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금의 호황에 기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특수로 상반기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업황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국 대주주 산은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HMM은 지난 2017년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으로부터 약 3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사측에서 임금과 성과급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것에는 아직 공적자금을 갚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산은은 현재 노사가 자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해운재건을 목표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산은이 뒷짐만 지고 사태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는 의문이다. 노조 측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집단사직과 단체이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인력유출 우려까지 생기고 있다.

물류대란을 막지 못한다면, 혹은 물류대란을 막더라도 인력이 유출된다면 HMM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수 많은 중소기업들도 큰 피해를 입게될 뿐 아니라 해운강국이라는 타이틀도 먼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노사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산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사측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고, 직접 중재안을 만들어 노조 측을 설득할 수도 있다. 산은이 물류 대란과 인력 유출이라는 우려 속에서 누군가의 희생이 아닌, 진정한 '해운강국'을 만들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