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성폭력] 극단적선택 해군여중사 남긴 문자 "2차가해 당했다" 
[軍성폭력] 극단적선택 해군여중사 남긴 문자 "2차가해 당했다"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1.08.13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군 여중사의 카톡문자 ㅣ 하태경의원실
해군 여중사의 카톡문자 ㅣ 하태경의원실

부대 상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중사가 부모에게 2차 가해를 당한 사실을 털어놨던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성폭력 피해 해군 여중사와 유가족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피해 여중사는 지난 3일 부모에게 보낸 문자에서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성폭력 가해자는 사과하겠다며 피해 여중사를 불러 술을 따르게 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유가족은) 자랑스러운 해군으로서 11년간 국가에 충성한 대가가 고작 성추행과 은폐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라며 "이 사건을 크게 공론화해 다시는 딸과 같은 피해자가 업길 바란다고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5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세 달째 되는 날"이라며 "바뀔 기회를 줬는데도 똑같은 사고를 낸 무능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 (대통령도)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해군에 따르면 부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해군 여군 여중사는 지난 12일 오후 부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중사는 최근 같은 부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상사와 분리된 상태였으며, 가해자인 상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군인권센터, "軍, 해군 성폭력 사망 사건 변명만 급급"

13일 군인권센터(센터)는 해군 성폭행사건과 관련, "국방부는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변명하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는 전혀 피해자 중심적이지 않다"며 "군이 취한 조치를 중심으로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항번하는 모양새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신고 후 3일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며 "피해자는 어떤 상태였는지, 또 최초 보고로부터 정식으로 형사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3개월간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등은 국방부 발표 내용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최초로 보고를 받은 주임상사가 신고를 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회유했고, 가해자는 피해자를 업무적으로 배제하거나 따돌렸다고 센터에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는 "조직은 할 조치를 다 했는데 피해자가 사망해서 당황스럽다는 고질적인 조직 중심적 사고 방식이 여전하다"며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성폭력 사건 지원 체계 개선이 지금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군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 소재 제2함대사령부 소속 A중사(32)는 지난 12일 오후 부대 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 군사경찰은 이달 9일 “A중사가 도서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5월27일 민간 음식점에서 선임 B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공군 이모 중사가 부대 선임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해군 성폭력 피해 여중사 사망 사건을 보고 받고 공군에 이어 유사한 사고가 거듭된 것에 대해 격노했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