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를 말하다①] 저소득 국가들, '기후위기 대처' 불가능하다
[기후정의를 말하다①] 저소득 국가들, '기후위기 대처' 불가능하다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8.13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Alamy
출처: Alamy

기후변화는 오늘날 우리 세계에 폭염과 폭우, 폭설,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두가 동등한 수준의 책임을 지고 동등한 수준의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은 국가나 개인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후위기로부터 야기되는 불평등과 이를 바로 잡는 '기후정의'와 관련된 내용을 짚어본다. 

◼︎ 기후위기, 더 잦아지고 강도 세지는데...기후 대비책 부재한 저소득 국가들

세계 저소득 국가들은 기후변화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이 보유한 대비책으로는 점점 더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는 기후재해로부터 입는 막대한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90개국을 대표하는 단체 측이 이달 초 BBC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전했다.

UN은 기후 적응 계획을 갖춘 개발국의 수가 예전보다 늘어났다고 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계획이 재해로 인한 위험을 얼마나 낮출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나날이 악화되는 기후위기에 적응해 나갈 계획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기후 계획은 사람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UN 최빈개발국(LDC) 그룹 수장인 소남 왕디(Sonam Wangdi)는 전했다. 

출처: bayernlb
출처: bayernlb

◼︎ 한해 30번의 열대 폭풍 찾아온 카리브해, 허리케인 강도도 한 단계 높아져 

지난해, 카리브해 연안 지역은 역대급 '열대 폭풍'을 경험했다. 한해 동안 여섯 번의 대형 허리케인을 포함하여 무려 30번의 열대 폭풍이 찾아왔고, 이는 역대 기록을 갱신하는 수준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 지역이 여전히 회복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카리브해 연안의 몇몇 섬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은 최근과 같은 폭풍우가 몰고오는 강력한 바람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내구도가 약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4단계 수준의 허리케인에만 대비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5단계 수준의 허리케인이 찾아오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5단계 수준의 허리케인은 시속 180마일 정도로 강력하며, 이 정도 강도에는 건물 지붕이 버티질 못한다.

◼︎ 피지, 세 번의 사이클론 지나간 뒤 방조벽 모두 무너져

태평양 도서국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1월까지 태평양 도서국들은 세 번의 사이클론을 겪었다.

태평양 도서국 중 하나인 피지의 북부 지방에서는 기후 대비책으로 세워둔 방조벽들이 세 번의 사이클론이 지나간 뒤 허물어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난 40년 간 열대성 사이클론은 발생 횟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점점 더 강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US Air National Guard
출처: US Air National Guard

◼︎ 개발도상국 기후 프로젝트에 지원 약속한 선진국..."대부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이들지역 외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환경및개발연구소(IIED)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빈개발국 중 46개국이 기후변화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만큼의 충분한 재정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IIED 측은 이들 국가들은 기후 적응 계획을 위해 연간 최소 400억 달러(한화 약 46조 5,200억 원)가 필요하지만,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이들 국가들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59억 달러(한화 약 6조 8,617억 원)에 그쳤다. 

UN기후변화협약에 따라, EU와 23개 개발국들은 매년 1000억 달러(한화 약 116조 3,000억 원)를 개발도상국의 기후관련 프로젝트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이 약속이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