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갈등-부동산] 직방 온라인 중개거래 진출 vs. 중개사들 "골목상권 죽이기"
[플랫폼갈등-부동산] 직방 온라인 중개거래 진출 vs. 중개사들 "골목상권 죽이기"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8.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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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골목상권침해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ㅣ비즈트리뷴DB

부동산 중개업계가 직방 등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새로운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히자 '생존권을 위협하지 말라'며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이를 '소상공인 죽이기', '소비자에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로 보고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국회와 정부에도 이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어 '제2의 타다' 사태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직방, 디지털 전환 선도하는 온택트 파트너스 모델 선봬

공인중개사협회와 직방 간 갈등은 지난 6월부터 벌어졌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이 디지털을 통한 '온택트 파트너스' 사업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직방을 매개로, 온라인을 통해 부동산 정보조회와 매매, 계약, 수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는 10주년을 맞아 6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부동산중개앱을 이용할 때 허위매물 문제가 이용자들과 중개사들 입장에서 여전히 가장 큰 불편으로 언급된다"면서 "불편을 해결할 단 하나의 방법은 '프롭테크(proptech)'에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Property)와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말로, 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산업을 일컫는다. 

직방은 허위매물을 줄이고 집을 구하면서 과도하게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도록, 모든 매물을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해 가상현실(VR)로 둘러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직방이 파트너 중개사들로부터 소정의 이용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규 창업 중개사에게는 전속 제휴 기간 첫 1년간 최소 5천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직접 중개나 플랫폼 중개 시장 진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직방 측은 "직접 중개 시장 진출이 아닌 형식과 구조 측면에서 중개사들과의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 "막대한 자본·정보력 가진 플랫폼에 예속될 것...철회 촉구"

그러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13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형 부동산 플랫폼 업체의 중개업 진출에 따른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같은달 14일에는 직방의 부동산중개업 진출을 '소상공인 죽이기'와 '소비자에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로 규정짓고 이를 규탄하는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공인중개사로부터 획득한 부동산 정보와 광고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을 가지고 직접 중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상도의에 반하며, 중개업권 침탈행위"라며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을 '골목상권 침탈'로 규정하고, 플랫폼 업체 광고물 철거 및 협회 홍보물 게시 등 직접적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업계의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직방 측 관계자들과 수 차례에 걸쳐 회원들의 우려와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며 "이와함께 업계진출 방침철회를 강력히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수익보장 등 직방이 제시한 방책에 대해서는 "공동중개를 통한 상생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한 얄팍한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면서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한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수를 반반씩 나눠 갖자는 건데, 결국 영세한 중개사들이 이들에게 종속돼 각종 명목으로 부당한 배분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형 플랫폼 업체는 영역을 넓혀갈 때마다 광고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개업 공인중개사들에게 부담만 안겨줬는데, 이처럼 처음에는 협업 형태로 진행하더라도 결국은 생업을 뺏기게 될 거라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깊어지는 갈등에 국회 향해...제2타다 사태?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골목상권침해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ㅣ비즈트리뷴DB

협회는 국회와 정부를 향해서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박용현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27~28일 직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을 직접 찾아 국회 차원에서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 경남지부도 비슷한 시기 대형부동산 플랫폼업체들의 중개업 진출에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가졌다. 

업계의 강한 반발에 이번 대립이 '제2의 타다'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렌터카서비스를 내놓았으나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국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이 통과돼 사업길이 막혔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