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구로 항동 학부모들...인형집회 왜?
[인터뷰]구로 항동 학부모들...인형집회 왜?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7.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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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켓들었나] 초등학교 아래 발파공사..."아이들 위험하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지만 서울 구로구 항동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 밑에 뚫린다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때문이다. 

주민들의 주장은 이렇다. 삶의 터전인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아이들이 통학하는 초등학교 밑에 지하 고속도로를 뚫는다는데, 안전 불안을 잠재울 만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는 것. 이런 사례가 처음인 데다, 그나마 비교할 수 있는 사례인 인천 공사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기에 좀처럼 안심할 수가 없다.

지난 2015년,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 구간의 일부인 '인천 북항터널(지하 42미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 터널은 인천 삼두아파트를 지났는데, 공사 시작 후 아파트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항동 주민들은 아파트에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 원인이 터널 공사를 위한 지하 발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송혜미 항동초 학부모회장은 비즈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보도를 보면 삼두아파트 밑의 지하터널공사로 지하수가 유출되고 지반이 약해져 지반의 부동침하 현상이 발생해 건물에 금이 가고 주차장이 기울었다고 한다"며 "항동지구의 온수터널도 마찬가지다. 터널 공사로 지하수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일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서 주민들과 인근 학부모회가 연 인형집회의 모습.ㅣ항동초 학부모회

또 "게다가 온수터널 바로 옆에는 역곡천이 흐르는데, 역곡천으로부터 대량의 지하수가 유입되거나 혹은 역곡천 방향으로 유출될 수 있다. 어떤 경우이건 삼두아파트와 동일한 부동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계획에 의하면, 온수터널 지하고속도로는 이른바 '통일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광명과 서울을 연결함으로써 수원-광명을 잇고, 서울-문산을 연결한다. 또 평택-익산으로 흘러가, 익산에서 문산까지 잇고 나중에 북한 개성까지 바라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를 놓고 보상 매입을 하자니 비용과 시간적 소요가 많고 과정도 복잡해, 건설 자본은 거의 무료인 '지하'로 눈길을 돌렸다. 국토교통부 역시 대규모 토건 사업인 이를 적극 밀고 있다.

그러나 이득과 편의, 효율을 위해 도입되는 방식인 만큼 무리하지는 않은지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동네 한가운데, 그것도 초·중학생 통학로 한가운데에 5층짜리 상가 규모로 공사차량이 5년간 왔다갔다 하게 되는 공사본부 수직구가 들어온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수직구는 굴착 폭에 비해 깊이가 큰 중력방향의 구조물로, 공사를 위해 수직구가 먼저 설치되고 이를 기점으로 진출입로 방향과 동시에 공사를 진행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게 된다. 

송 회장은 "가장 걱정되는 것은 통학로 안전"이라며 "수직구의 위치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통학로 한 가운데에 있는데, 하루에도 수백명의 아이들이 등하교 및 이동하는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레미콘, 덤프트럭을 비롯한 중장비 공사차량이 24시간, 최소 3년 이상을 운행할 계획이다. 공사 차량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폭약을 사용한 발파 굴착도 문제"라면서 "학교와 아파트 바로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 공사는 폭약을 사용하는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방식의 굴착을 한다. 발파는 상부 건물의 균열 및 지질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 학교와 아파트 바로 아래에서 발파 공사를 한다는 것은 당장의 학습권 침해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일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서 주민들과 인근 학부모회가 연 인형집회의 모습.ㅣ항동초 학부모회

그는 "터널 공사로 인한 씽크홀 발생 위험도 크다"며 "터널 수직구는 단층 파쇄대가 형성된 지점에 만들어지는데 지질이 불안정하고 공극이 많아서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의 급격한 유출이 우려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터널 공사로 주변의 지하수가 토사, 자갈과 함께 빠져나가면 공극이 형성되고 몇 년 전 송파구에서 발생한 것과 동일한 씽크홀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안전하게,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공사가 진행 된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선례가 없는 서울에서의 첫 번째 공사라고 하니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다.

송 회장은 "학교 아래에 지하철이 관통하는 사례는 많지만 규모에서 지하철과 비교 할 수 없이 큰 왕복 6차선 터널이 지나가는 사례는 아직 없다"며 "그나마 가장 비교 가능한 사례가 인천의 삼두아파트인데 주민들은 아파트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공사 현장 주변의 강동구에 소재한 학교에서는 발파로 건물과 운동장에 금이 가서 선생님들까지 시위에 나섰고, 구리시의 별내선 공사 현장에서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해 자칫하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 했다. 여기도 지하수의 급격한 유출이 원인이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사정이 이런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고속도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로구 정치권은 주민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고, 다른 구의원들도 '나라에서 하는 건데 안전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얘기만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무엇보다 학교와 아파트 아래 발파 공사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며 "터널 공사로 항동 주민들이 얻을 이익이 하나라도 있나. 터널이 개통되면 민간사업자는 운영 수익을 얻겠지만 항동 주민들은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철학과 학교아래 발파 공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민을 대표하는 이인영 지역구 의원도 마찬가지"라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행동에 적극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