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1년] 너무 서둘렀나...끊임없는 분쟁으로 어수선한 부동산임대차 시장
[임대차법 1년] 너무 서둘렀나...끊임없는 분쟁으로 어수선한 부동산임대차 시장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7.27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8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임대차 3법 반대 시위.ㅣ연합뉴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임대차 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제도로만 볼 때는 단순하지만, 실제 전·월세 시장에서 적용될 때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해 다양한 갈등을 빚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사람이 잘못한 경우 이를 행정적으로 제재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지적받고 있다. 분쟁이 생기면 결국 소송이라는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등록임대 제도를 놓고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시장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준비부터 시행까지 급물살...너무 빨랐나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일찍이 정부와 여당의 공감대가 마련됐던 임대차법은 작년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뒤 법안 처리 및 시행, 제도 추진까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문제는 너무 빨랐다는 점이다.

중심이 되어야 할 국토교통부는 제도 시행 초기, 전담 조직도 없는 상태였다. 새로운 제도를 전담마크하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대응할 '준비'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4월이 되어 겨우 주택임대차지원팀을 만들었다.

제도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대차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경우 지난해 7월 31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공포된 뒤 바로 시작된 반면, 전월세신고제는 올해 6월이 되어서야 겨우 시행됐다. 만약 전월세신고제를 먼저 시행해 임대차 시장 추이를 파악한 뒤 나머지 두 법을 시행했으면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제도를 당장 도입하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논란을 키운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사각지대 多...세입자·매수자·공인중개사 모두 혼란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 때 5% 이내로 임대료 증액폭을 제한하는 내용이고,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기존 2년 계약에 세입자가 원하면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는 것이다. 제도 자체는 단순한 편이지만, 실제 적용될 때는 여러 변수와 복잡하게 얽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가 다른 전셋집을 계약하고 나서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다른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가 많다. 집주인은 "실거주를 확정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이 실거주 핑계를 거짓으로 댄 것인지 알 수 없다.

전세를 낀 집을 산 사람이 퇴거하지 않는 기존 세입자 때문에 입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전세 낀 집의 매매 계약을 맺을 때 매수자가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이사하겠다고 하면 매수자가 입주할 수 있지만, 향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놓고 세입자 및 매수자, 공인중개사 간 말이 달라지는 등 혼선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 매매 시 중개사가 매도인으로부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를 받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당분간 이러한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등 당사자의 가장 큰 답답함은 새 임대차법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해도 정부가 구제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는 민법 계열 법이기 때문에 당사자 간 갈등이 생겨도 협상으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 소송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자료: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과 상담 건수는 급증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은 법 시행 전(2020년 1∼7월)에는 월평균 2건 수준에 그쳤으나, 법 시행 후(2020년 8월∼2021년 6월) 22건을 기록하며 10배 이상 폭증했다.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상담 역시 법 시행 전(2020년 1∼7월) 296∼537건에서, 법 시행 후(2020년 8월∼2021년 6월)에 874∼159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등록임대 제도 변경 논란도

이에 더해 최근에는 주택 임대시장에서 꽤 비중을 차지하는 '등록임대 제도' 변경을 두고도 잡음이 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등록임대를 활성화하겠다며 세제·대출 등 다양한 특혜를 줬던 당정은 이후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자 임대사업자들을 집값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나아가 올해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은 아예 등록임대 중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매입임대는 폐지하자는 안도 내놨다.

반대가 거세자 현재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정부가 등록임대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의무 위반 등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선 데 대해 임대사업자들은 불만이 많다. 그간 특별한 관리나 안내가 없었던 정부가 오래 전 계약까지 문제 삼아 갑자기 과태료를 부과하려 한다는 토로다.

정부는 또 내달 18일부터 임대사업자의 기존 계약 연장 시, 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을 의무화 했다. 최근 임대사업자들은 '보증 가입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국토부의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부채비율이 높은 임대사업자의 경우 가입을 거부하기 때문에, 일부 임대사업자는 원하더라도 가입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에 정부의 정책이 탁상공론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임대 사업자는 "정부가 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시장상황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무조건 빠르게만 진행해서 자꾸 혼란을 만들지 말고, 실생활에 맞는 제대로 된 정책을 고심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