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야구 대표팀, 올림픽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기자수첩] 야구 대표팀, 올림픽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7.2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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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야구일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신화 재편을 목표로 지난 26일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프로야구계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시작으로 베이징올림픽 금매달, 2009 WBC 준우승으로 이어졌던 성공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던 것을,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며 만회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올림픽 성적만으로 팬들의 실망감을 채우려고 하는 모습은 다소 우려스럽다. 불법도박, 음주운전, 승부조작 등 그동안 팬들이 프로야구를 바라보면서 쌓아왔던 피로감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니다. 이번 방역수칙 위반 역시, 단순한 한번의 잘못이 아닌 쌓여왔던 분노가 복합적으로 섞여 표출된 것이다.

그렇기에 대표팀은 오히려 성적만을 목표로 삼으며, '높은 성적을 기록하면 팬들의 마음이 돌아선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을 뿐더러, 야구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그보다도 더 낮은 것이 현실이다.

프로야구가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진정성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팬들은 성적과 함께 '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어떤 경기에서도 방심하지 않는 겸손' 등의 덕목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그동안 수차례 보였던 '병역 면제'만을 목표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다.

다행히 이번 야구 대표팀에는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는 요소들도 많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리면서 프로야구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고, 강백호와 이정후 등 국내 야구를 대표할 차세대 스타들을 부각할 수도 있다.

방역수칙 위반 사건으로 프로야구 업계는 최초로 리그를 중단했고, 이 때문에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선수들의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지만, 안일한 야구계 조직문화와 잘못을 은폐했던 구단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 해서 팬심이 무작정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구 대표팀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기대한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