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폭우 ⑤] 대참사로 이어진 집중호우···그 원인은?
[기후의 역습-폭우 ⑤] 대참사로 이어진 집중호우···그 원인은?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7.2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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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BC
출처: NBC

유럽은 10년 가까이 홍수경보 시스템을 가동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며칠에 걸쳐 독일과 벨기에를 중심으로 처참한 피해를 낳을 정도로 규모가 큰 홍수에 대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유럽, 2002년 대홍수 이후 '유럽홍수인식시스템' 도입...2012년 가동준비 마쳐 

지난 2002년, 다뉴브강(Danube)과 엘베강(Elbe)을 따라 발생한 대홍수 이후 처음 제안된 유럽홍수인식시스템(EFAS)은 2012년 들어 완전한 가동준비를 마쳤다. 거대한 강이 몇몇 국가에 걸쳐 흐르는 유럽의 지리학적 특성상 강의 범람을 예측하는 것이 복잡하고 그 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긴 하다. 

EFAS는 유럽의 협동 아래 탄생한 전형적인 산물이다. 수자원 데이터 수집은 스페인 기관이 수행하고, 기상학적 데이터 수집은 독일에서, 계산은 유럽에서 가장 큰 슈퍼 컴퓨터 단지 중 하나인 유럽중기예보센터(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에서 이루어진다. 유럽중기예보센터는 영국과 이탈리아로 나뉘어 위치해 있으며, 마지막으로 정보의 보급은 스웨덴과 슬로바키아, 네덜란드에 걸친 컨소시엄을 통해 관리된다.

◼︎ "EFAS의 한계가 이번 참사의 원인...EFAS 경보, 실효성 한계"

EFAS측은 최대 10일 먼저 경보를 발령할 수 있으며, 이번 홍수를 앞두고도 거대한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EFAS 관계자인 수문학자(水文學者) 해나 클로크(Hannah Cloke) 교수는 이번 홍수로 발생한 사상자수는 EFAS의 중대 실패를 의미하며, EFAS의 대비 한계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출처: EFAS
출처: EFAS

클로크 교수는 EFAS는 설계된 대로만 작동한 결과 EFAS의 조기 경보는 일부 지역에서만 주의 깊게 받아들여졌으며,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EFAS의 경보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 EFAS시스템 경보는 위험만 알릴 뿐...실제 대응은 당국 몫 

다시 말해, EFAS 시스템은 '매우 심각한 호우와 홍수가 발생할 것이니, 조심하라'는 경고만 건넬 뿐, 실질적인 대응은 이러한 정보를 전달 받은 지역 당국이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응력에 한계가 있었고, 연방 기상청(DWD)은 EFAS의 경보를 지역 당국에 전달할 뿐 초기 대피나 현장 대응의 책임은 지역 당국의 몫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이번 홍수를 앞두고 내려진 EFAS 경보는 '극심(extreme)'한 수준으로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의믜의 매우 높은 단계에 해당하지만, '반드시 대피해야 하며, 이는 당국이 할 일'이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즉, 대비에 대한 강제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4일 일 강수량을 나타낸 지도. 색이 짙을 수록 강수량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 출처: NOAA GFS/BBC
지난 7월 14일 일 강수량을 나타낸 지도. 색이 짙을 수록 강수량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 출처: NOAA GFS/BBC

클로크 교수는 이와 같은 근거를 들어, EFAS 경보가 발효되어도 지역 차원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어려운, 시스템 차원의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기후변화, 극한강우 더욱 극심하게 만든다

과학계 대부분은 기후변화가 극한기후를 더 자주, 더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 측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모든 극한강우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며, "이번에 독일에서 발생한 참사는 이러한 경향과 맞아떨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셋째주 서유럽에 내린 집중호우로 발생한 홍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준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 대부분의 사상자가 독일에서 발생했고, 그 다음으로 벨기에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프랑스도 일부 지역에서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