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절망의 부동산-下] 부동산 영끌 전략, 정말 유효할까
[2030, 절망의 부동산-下] 부동산 영끌 전략, 정말 유효할까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7.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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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비즈트리뷴DB

"청약당첨 대박, 축하해주세요", "이번에도 실패했네요ㅠㅠ"

최근 젊은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온라인 부동산 카페의 익숙한 풍경. 자주 방문하는 회원 22만명, 총 회원 수는 160만명을 훌쩍 넘는 이곳은 최근 직장인은 물론 주부, 대학생들까지 유입돼 더 활기를 띄고 있다. 

이들은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는 인기 청약단지와 당첨 전략 등 다양한 얘깃거리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청약이 당첨된다 하더라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을 위해선 대출 문제가 남아 있다. 절박한 이들은 이때 관련 게시판에서 '고수'들의 도움을 받는다.

내년 입주하는 청약에 당첨됐다고 밝힌 이 카페의 한 이용자는 20일 "항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연소득이 반토막 났다. 담보대출을 풀로 끌어다 써야 하는데 연소득 하향으로 대출영향이 걱정된다. 이럴 경우 아파트 입주시기 때 담보대출을 최대한 도로 받고자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나"라고 토로했다.

■'영끌' 꾸준히 증가...그러나 금리가 인상된다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불안해진 시장심리와 정책 신뢰도의 하락이 2030의 영끌과 '패닉바잉(불안감에 가격과 상관없이 사들이는 일)'으로 이어진 지 오래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19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시중 5대 은행을 비롯한 국내은행의 20, 30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총 184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말 149조원에서 지난해 말 180조원으로 불어난 뒤 계속 오름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30대 미만의 부채증가 속도가 40대 이상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소득 기반이 약한 20, 30대의 영끌 매수가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금리가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낮은 금리를 이용해 집을 매수해 '빚 투자'를 한 이들의 부채의존도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집값의 상승 속도에 따라갈 수 없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맞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빚에 의존한 젊은층의 부동산 투자 규모가 커지는 동안, 사상 최저였던 기준금리가 다시 오를 채비를 하고 있어 영끌 매수자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내 금리 인상 메시지를 전달했고 시작 시점은 코로나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제가 회복세가 되고 정상화하면 금리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이런 지표금리를 따르는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도 더욱 빨라지게 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자산 증식에 부풀었던 기대가 이자 부담의 확대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담 정도를 좌우하는 만큼, 금리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요소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가장 심각한 불균형 문제로 주시 중"이라며 "앞으로도 한은과 금융당국은 금리를 올려 은행권의 대출 규제를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도 하락?...높은 의존도 부메랑되나

아울러 통계에 의하면, 금리 인상은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아파트값과 금리를 비교한 결과, 평균 예금금리가 3.4%였던 기간에 서울 아파트값은 연평균 1~2% 떨어졌다. 반면 평균 예금금리가 1.8% 낮아지자, 서울 아파트가격은 연평균 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에는 집값 가격 고점 인식이 강해, 집값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기에 빚을 끌어 모아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에 나선 2030 젊은 층은 이러한 상황 변화를 인식하고 자산 매각 등으로 빚을 줄여햐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 외에는 모두 줄이는 방식으로 다가올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과 자산 가격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계부채는 주택시장과의 밀접한 연계성, 상환구조의 단기성, 최근 대출목적의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자산가격하락·금리인상 등 외부충격에 의해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며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이자 전체 가계대출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임을 감안하면 향후 주택시장이 하강기를 맞게 될 경우 담보물건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대출 역시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영끌, 집값상승 악순환...제동 필요"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능력 대비 무리해 집을 구매하는 '영끌' 같은 투기 수요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 탓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즉 무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갭투자를 방치한 것이 결국 집값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는 얘기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봉 3천만원 무주택 세대가 10억짜리 집을 9억원 빚으로 사는 것을 갖고 실수요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지금처럼 규제 기준을 다주택자로 한정, 무주택자의 영끌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하는 한 집값 상승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부는 거래의 대부분이 갭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에 벗어나 실거주하는 주택담보대출 수요자 중심으로 규제를 했고, 전세보증채무나 전세자금대출 등 투기수요자의 핵심 레버리지 수단에 대해 예외로 일관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승석 한경련 연구위원도 "특정 지역, 특정 차주에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현행 가계부채 관리대책은 대출공급자와 대출수요자 모두에게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 가계부채 안정화에 대한 효과는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장기, 고정금리 중심의 대출구조로의 전환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해 부채보유가구의 차환위험을 경감시키고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