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인상 논란
[기자수첩]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인상 논란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7.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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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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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K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 TV 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했다. KBS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52% 올리는 안을 의결했다. 임원진은 이번 인상안을 국민참여단과 함께 논의했으며, 두 차례의 자체조사 결과 70%가 넘는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KBS는 다양한 재난재해, 거대 상업 미디어 확장 등 공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있는 만큼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에 공감하기보다는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할까'라는 의문부터 든다. KBS는 수신료가 1981년부터 2500원이라며 줄곧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 왔는데, 그게 왜 바로 지금이냐는 것인가. 국민들이 전례없이 코로나 팬데믹의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에 많은 실직자가 생겨나고 자영업자들은 폐업했다. 자본력이 빠듯한 중소기업들은 도산하면서, 작년 법인 파산 신청건수는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호텔, 항공, 관광 등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대기업마저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안건을 논의하는 움직임은 대놓고 국민적 정서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모습으로 읽힌다. 수신료가 TV를 갖고 있는 모든 가정에 부과된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안은 대부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누구에게 얼마나 코로나19 지원금을 줄 지 다투고 있는데, 공영방송은 오히려 지원금을 빼앗아 가는 꼴이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의 타이틀이 어울리는 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현 KBS 상황도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감을 일으킨다. KBS는 직원 4500여명 중 33%가 보직이 없는 억대 연봉자로, 구조조정도 거의 없어 방만경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번 안이 통과돼 확정되면 회사는 광고 외 추가 수입으로 연 1조원이 넘는 돈을 벌게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KBS는 현재 매출구조 중 수신료 비중이 60%로, 일반 회사로 치면 한 번에 매출을 30%가량 늘려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시국'에 국민의 주머니를 수단으로 공기업 매출을 올리고, 무보직 직원에게 월급을 주겠다는 것인가.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글로벌 OTT 등 뉴미디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더이상 지상파만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KBS가 지금 할 일은 '수신료 탓'을 하며 국민의 지친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자구책을 찾고 경쟁력을 쌓는 일이다. KBS는 그동안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줬다. KBS는 왜 많은 국민들이 전기요금고지서와 KBS수신료를 분리해달라고 하는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KBS가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당장은 힘들지만 시청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겠다'는 모호한 장담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제시와 함께 적절한 인상시기를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